

남동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인천 산업단지는 제조업 생산 중심지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 1만3000여개 기업이 입주한 인천 15개 산단은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서 60%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수출 4·5·6단지로 조성된 부평산단과 주안산단, 남동산단은 지역 경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착공된 지 20년이 넘어 노후화한 산업단지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가산단 3개를 포함해 9개에 이른다. 산단 인프라와 정주 여건이 악화하면서 청년들이 찾지 않고, 입주 기업 구인난도 심화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6년 인천내항 곡물 저장용 시설인 사일로에 야외 벽화를 그린 ‘슈퍼 그래픽’ 조성 사업을 시작으로 산업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거리 조성’과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야간 경관 개선’ 등은 우수 사례로 인정받아 정부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기도 했다.
침체된 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 정책은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로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
시 산업입지과 관계자는 “산단에 문화 요소를 도입하고, 편의시설 확충을 통한 인프라 개선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터로 변모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색빛 산단, 청년이 찾는 공간으로
시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문화선도 산업단지’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남동국가산단을 대상지로 하는 공모 신청에는 시와 남동구, 인천테크노파크, 남동문화재단,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본부 등이 참여했다. 추진 사업 계획에는 아름다운 거리와 청년 복합 공간 조성, 노후 공장 청년 친화 리뉴얼, 문화 프로그램 지원 등이 포함됐다.
문화선도 산단 공모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9월 발표한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 계획’의 후속 조처다. 준공·운영 중인 전체 산단을 대상으로 하는데, 광역지자체가 연합체를 구성해 문화선도 산단 조성 계획을 수립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평가를 거쳐 올해 공모에서 3개 산단을 선정한다.
문화선도 산단은 노후화하면서 청년 기피 공간으로 전락한 산업단지에 문화를 융합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로 출발했다. 기획 단계부터 청년과 주민 등 수요자가 참여해 산단을 브랜드화하고, 문화 공간을 확충한다. 민간 주도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문화선도 산단에는 구조 고도화와 재생 사업, 특화 문화 프로그램 등 관계부처 사업들이 패키지 방식으로 지원된다. 문화·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완화 등 특례 적용도 검토된다.

▲경제 성장 견인 ‘남동산단’ 재도약 필요
문화선도 산단 공모 신청은 지역 경제에서 상징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면서도 공장 중심으로 조성된 남동산단을 ‘빛나는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다. 시 관계자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고, 시민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산업단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동산단은 인천에 위치한 전체 산업단지 가운데 생산과 고용, 수출 측면에서 가장 큰 경제 비중을 보인다. 입주 기업도 7973개로, 전체 1만4232개에서 56%를 이룬다. 하지만 50인 미만 영세 소기업이 96.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남동산단의 60%가 넘는 면적은 산업시설 구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원시설 구역과 녹지시설 구역은 각각 3%, 4% 수준에 그친다. 남동산단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편의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는 남동산단이 입지 측면에서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제3경인고속도로와 인천대교 등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통이 우수하고,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인천항 등 광역 교통망도 완비돼 있다.
특히 남동산단 전통 제조업, 인근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바이오 신산업과 연계한 수도권 산업 중심지로서의 위상도 지닌다. 시 관계자는 “지역적 요소가 우수하고, 배후 지역 등 청년 유인을 위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산업단지 근무 여건 개선을 통해 청년 유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 혁신으로 ‘빛나는 산업단지’
남동국가산업단지의 문화산단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짜였다. 우선 시는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문화 혁신 산단’ 전략을 통해 산단 브랜드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인식 개선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한다. 랜드마크로는 ‘남동 누리마루’를 건립하는 계획도 세워졌다.
청년과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문화 일상 산단’ 전략으로는 지역 특화 콘텐츠를 담아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여는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과 청년 공예 오픈 스튜디오, 참여형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문화산단 플랫폼인 남동산단 문화융합협의체도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찾고 머물고 싶은 ‘활력 넘치는 산단’ 전략에선 아름다운 거리 조성 사업이 확대된다. 노후 공장에선 청년 친화형 리뉴얼이 이뤄지고, 야간 명소도 조성될 전망이다. 산업단지 재생 사업과 동시에 교통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선도 산단 공모에는 인천뿐 아니라 서울·대전·울산·창원 등 도시가 도전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달 말 선정 결과가 발표된다.
정부는 선정 도시 3곳에 유관기관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 계획을 보완해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전통적 산업 공간을 청년들이 선호하는 매력적 공간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선도 산단 공모 사업을 통해 남동산단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국가 사업 확장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브릴스는 102건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력에 더해 카페테리아, 탁구장 등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직원 만족도를 높였다.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청년 고용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상업용 집진기 제조 기업 ㈜듀크린은 옥상 정원을 비롯한 녹지 공간과 사내 복지 제도로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제조 기기 제작 기업인 ㈜에이피텍은 사옥을 이전하며 복지 공간을 대폭 확장했고, 창의적 업무 환경을 위한 공간 배치에 공을 들였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1월 인천시가 개최한 ‘인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에서 나란히 수상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는 공장 외관과 내부 문화 공간을 평가해 산업시설 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독창적 시상식이다. 지난해까지 22개 기업이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됐다.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에서 수상한 기업에는 각종 지원 사업에서 가점이 부여된다. 지방세 세무조사가 3년간 유예되고, 중소기업 디자인 개발과 육성자금 등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외 전시회 참가도 지원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9월 발표한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반영되면서 국가 사업으로 확대됐다. 시 관계자는 “산업시설 환경을 개선하는 모범 사례를 전파해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과 쾌적한 환경을 갖춘 시설을 발굴해 인천 중소기업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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