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TV에 노출된 AI 영상
“머스크 발가락에 트럼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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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뉴스라고?” 미국 연방정부 건물 내 TV에서 믿기 힘든 영상이 흘러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가락에 입맞춤하는 모습이 담긴 가짜 영상이었다.
이 황당한 장면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조작된 것으로 보이며, 영상 속 머스크의 양발이 모두 한쪽 발처럼 보이는 오류까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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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영상이 노출된 시점은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대규모 공무원 감축 조치를 단행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었다.
뉴욕타임스(NYT)와 NBC 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주택도시개발부(HUD) 건물 내부 TV에서 기묘한 영상이 방영됐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스크의 맨발에 입을 맞추고 발가락을 빠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에는 “진짜 왕 만세”(Long Live the Real King)라는 문구까지 삽입돼 있어, 정치적 의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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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AI 기술을 활용한 가짜 영상(딥페이크)이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지만, 연방정부의 공식 건물 내 TV에서 이러한 영상이 노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영상 속 머스크의 양발이 모두 왼발 모양을 하고 있는 등 조작의 흔적이 명확해 AI 콘텐츠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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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등장한 시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최근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를 이끌며 연방정부 부처 인력 감축을 주도하고 있다.
HUD를 포함한 여러 기관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지시받았으며, 일부는 50% 이상 감축이 예상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는 와중에, 머스크를 트럼프와 결부시키는 조작 영상이 공개된 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당 영상은 일부 민주당 공식 계정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대해 HUD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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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구의 소행인지, 영상이 어떻게 연방정부 건물 내 TV에서 방영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닌, 트럼프 정부 내에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표지에 머스크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의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일러스트를 실으며 그가 사실상 ‘공동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AI 기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보보안 전문가는 “딥페이크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면서도 “이번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진 조작 영상이 정부 기관 내에서 유포된 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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