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가 70여 년 만에 깨지고,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인 ‘넥스트레이드(NXT)’가 다음 달 4일 공식 출범한다.
거래 시간 확대, 다양한 호가 유형 도입, 저렴한 거래 수수료 등 투자자 편의를 높일 변화가 예고되면서 증권업계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ATS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기존 거래소 중심의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가 국내 증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내달 4일 첫 가동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거래소 경쟁을 통해 투자자의 거래편의를 높이고자 도입된 ATS인 넥스트레이드가 다음달 4일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 이로써 그간 한국거래소에서 단독으로 운영되던 상장주권 및 주식예탁증서 거래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및 관련 업체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ATS 운영사다. 출자 비율은 ▲증권사(26개사) 78.7% ▲금투협 6.6%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6.3% ▲금융 관련 IT업체 8.4%로 구성됐으며, 2022년 11월 11일 자본금 1461억원으로 설립됐다.
이후 2023년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예비 인가를 받아, 이달 5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다자간매매체결회사 투자중개업 본인가를 취득했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는 자본시장법상 ATS로, 한국거래소 외에도 상장주권 및 주식예탁증서의 매매·중개·주선·대리업무를 수행하는 투자매매·중개업자를 의미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해 11월 5일부터 한국거래소, 증권사, 유관 기관 등이 참여하는 모의시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1·2차 운영을 거쳐 이달 28일까지 최종 이행 점검이 진행되며, 다음달 1~3일에는 실제 가동 환경에서 최종 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증권업계도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고객에게 ‘최선집행기준 설명서’를 교부 중이다. 고객 주문을 접수하기 전 해당 기준을 미리 안내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 주문을 자동 집행하기 위해서다.
복수의 거래소가 운영됨에 따라 부정 거래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주문 처리를 위해,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최적의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제출하는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최선집행의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 Smart Order Routing System) 구축이 필수적이다. SOR 시스템은 거래소별 가격, 체결 속도, 거래 비용 등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다 유리한 시장에 주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이 SOR 시스템의 성능이 향후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길어진 거래시간, 더 저렴한 수수료

넥스트트레이드 출범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주식 거래 시간이다. 기존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 30분에 거래를 마쳐, 일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주식 거래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넥스트트레이드는 정규장 거래 시간 전후로 추가 시장을 운영한다.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도입, 기존보다 5시간 30분 늘어난 하루 총 12시간 동안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시·종가 단일가매매 시간(오전 8시 50분~9시, 오후 3시 20분~3시 30분) 동안은 넥스트트레이드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한국거래소가 시가와 종가를 산출할 때 혼선을 방지하고 시세 조종을 막기 위한 조치다.
넥스트레이드에서는 호가 유형도 더욱 다양해진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시장가 호가와 4가지 지정가 호가(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넥스트레이드는 투자자가 수량만 지정하면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 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지정가 주문이 들어가는 ‘스톱지정가호가’를 도입한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일에 맞춰 한국거래소 또한 새로운 호가 유형을 추가할 예정으로, 투자자들은 다양한 호가 형태를 바탕으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 수수료가 한국거래소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넥스트레이드의 특징이다. 넥스트레이드는 매매 체결 수수료를 0.00134~0.00182%로 설정, 현행 한국거래소보다 20~40% 저렴한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넥스트레이드는 출범일부터 4월 30일까지 모든 거래에서 거래 수수료도 면제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 유형별로 유리한 시장이 다를 수 있다. 잦은 매매로 거래 비용 절감에 민감한 ‘단타족’ 개인투자자에게는 수수료가 저렴한 넥스트레이드가 유리한 반면, 한 번에 대량매매를 하는 ‘큰손‘인 기업투자자에게는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거래소가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거래가 활발한 시장이어야 대량 주문 물량을 받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한 종목은?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8d247f45-d850-4655-93b7-e2a0a937c43e.jpeg)
넥스트레이드에서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구성 종목,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상위종목 등 800여개 종목을 사고팔 수 있다.
출범 초기인 3월 첫 주에는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골프존 ▲LG유플러스, ▲S-Oil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10개 종목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이후 4주차까지 거래 대상 종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종목의 경우, 상장 첫날에는 한국거래소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며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이튿날부터 매매가 허용된다. 이는 금융투자업 제4-48조의2(다자간매매체결회사의 업무기준 등) 규정에 따른 것으로, 현행법상 상장 첫날 ATS에서의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첫 거래를 시작하는 상장기업 외에도 거래 체결 실적이 낮은 종목, 관리 종목 또는 이에 준하는 종목, 의결권이 없는 상장주권 등도 ATS에서 거래가 제한된다.
각 종목의 거래 특성을 고려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넥스트레이드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IPO 시장은 증권업계에서 이용자 풀을 넓히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의 ETF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제도 개선을 통해 ATS에서도 ETF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사례로 본 국내 ATS의 전망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밀집한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b874cc6c-b6dc-46d7-9f1c-30ff5c9f5b10.jpeg)
ATS는 증권시장 인프라 개선과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탄생했다. 미국, 일본, EU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ATS가 정착해 정규 거래소와 경쟁하는 복수 시장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65개(점유율 11%) ▲EU 142개(점유율 18%) ▲일본 3개(점유율 11%) ▲호주 1개(점유율 19%)의 ATS가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는 ATS를 통해 다양한 주문 유형을 제공하고 거래 편의성을 높이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8년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 집중 의무를 폐지한 후, 2000년대에 10개의 대체거래소(PTS, Proprietary Trading System)를 설립했다. 그러나 초기 10년 동안은 정규 거래소 중심의 규제 환경이 유지되면서 PTS의 거래대금 비중이 1%를 넘지 못했다.
이후 2010년 중앙청산소를 통한 PTS 거래 청산이 허용되면서 점유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PTS에 적용되던 ‘5% 공개매수제’를 면제했고, 2022년에는 증권사가 PTS를 사전적으로 배제하는 최선집행 원칙 관련 법 개정을 단행하며 시장 상황에 맞춰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했다.
그 결과, 일본의 PTS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11%를 넘어섰다.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될 넥스트레이드 역시 비슷한 성장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증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토론에서 “대체거래소, 공매도 전산화 등이 자본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우리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시행 전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넥스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거래 종목이 제한적이고, 기관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수수료 절감, 거래 시간 확대, 투자 전략 다양화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ETF 및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허용된다면 넥스트레이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거래소 출범에 기반한 국내 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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