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2024년 국내 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09조원을 넘겨 소폭 반등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도로·철도·비주택 건축 부문에서의 부진이 여전해 건설경기 회복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며, 이에 따라 올해엔 공공주택 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국내 건설수주, 24년은 ‘제자리’
2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국내건설수주액은 209조8,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5% 성장한 것으로, 공공부문에선 0.9%, 민간부문에선 1.8% 성장한 수치다.
국내건설수주액은 지난 2022년 248조3,55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2021년 대비 17,2% 증가한 것으로, 특히 민간부문에서 22.2% 성장해 증가를 견인했다. 다만 2023년엔 206조7,403억원을 기록하며 16.8%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2023년엔 △고금리 △고물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확대돼 민간건축을 중심으로 한 부진이 수주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건산연은 이어 2024년에는 일부 금리 인하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1.5%의 증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변금액(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1조7,000억원으로, 2023년(171조6,000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 물가를 감안할 경우 거의 제자리걸음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2024년, 공공·민간수주 증가
2024년 공공부문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0.9% 증가한 6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공공주택 수주는 3기 신도시 공공주택 사업 영향으로 전년 대비 161.2% 급증한 14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공공 토목수주는 부진했다. 도로와 철도 관련 발주 감소로 각각 18.5%, 17.8% 줄어들며 총 38조5,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3.5% 감소했다. 공공 비주택 건축도 13.1% 줄어든 14조1,000억원에 그쳤다.
민간부문에선 수주가 1.8% 증가한 14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계설치 수주는 반도체 공장 설비 증가 영향으로 28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민간 주택 수주도 전년 대비 10.1% 증가한 68조6,000억원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비주택 건축 수주는 8.6% 감소한 46조1,000억원에 머물며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PF 문제로 상업용 건물 수주가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는 게 건산연 측의 설명이다.
공종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건축부문에서는 2023년 대비 주택이 24.0% 성장했고, 공장·창고는 15.9% 수주가 증가한 반면, 사무실·점포와 관공서는 각각 25.7%,10.2% 하락했다.
토목 부문에서는 △기계설치(5.4%) △치산·치수(31.4%) △항만·공항(81.9%) 등이 증가했으나, △철도·궤도(-17.8%) △도로·교량(-18.5%) △발전·통신(-10.6%) 등 인프라 수주 감소세가 뚜렷했다.
◇ 건산연, 올해 ‘공공주택 공사’가 중요
지난해 건설수주 결과를 두고 건산연 측은 “2023년 수주 하락 이후 일부 회복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건설경기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공공수주가 0.9% 증가에 그쳤는데 11월까지만 해도 누적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이 20%대를 넘어섰다”며 “12월 수주가 부진한 영향으로 연간 증가율이 1%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에 대한 이유는 감안할 수 있으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논의는 계속 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산연 측은 “지난해 12월 비상 계엄령 및 탄핵 등 정치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연말 대형 공사 발주가 부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혼란한 상황이 마무리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사업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건산연 측은 특히 지난해 공공수주 중 뚜렷하게 증가한 것은 공공주택수주로 최근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공부문에선 큰 노력을 쏟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자금을 상반기에 70% 집행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한 지난 23일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주택착공을 20% 증가한 6만가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착공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전체 발주계획 중 65% 수준인 12조6,000억원을 건축공사와 아파트 부대공사 등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공공부문에 이어, 마지막으로 건산연 측은 기업들의 투자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건산연은 “지난해 민간 기계설치 수주와 공장 및 창고 수주가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국내에 필요한 투자를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최근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지난해 수주한 사업이 실제 공사로 진행외기에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국내 설비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미국과 협상을 통해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 및 뚜렷한 투자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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