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줄폐업 속 지자체의 세금 사용 논란
민생경제 위기 속 예산 집행 방식 도마 위
“이 돈이면 장사 접은 자영업자 수백 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겁니다.”
대구 동성로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던 이모(48) 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 10년간 떡볶이와 튀김을 팔며 단골도 많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다. 가게 임대료는 오르고, 손님은 줄고, 배달앱 수수료까지 부담되면서 적자가 계속됐다.
결국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모 씨는 최근 수성못에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비용으로 9억 원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니 시민들에게 쓸 돈만 없었나 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 폐업률 1위… 위기에 놓인 대구
대구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자영업자 폐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23년 외식업체 81만여 개 중 17만6000곳이 폐업하며 폐업률이 21.52%를 기록했다.
대구는 21.71%로 전국 평균을 웃돌며 인천과 함께 가장 높은 폐업률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지역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 폭은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2022년 0.47%였던 연체율은 2년 만에 0.91%로 급등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압박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취업 시장도 얼어붙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대구 취업자는 전년 대비 3만1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58%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서민들은 살기 힘든데, 예산은 어디에?
이런 상황에서 대구 수성구가 국비 9억 원을 들여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구는 관광 자원과 연계해 수성못 옆 상화동산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했다고 21일 밝혔다.
리모델링에는 스페인 건축가 다니엘 바예가 참여했으며, 외부 디자인을 곡선 구조와 천연 목재로 꾸미고, 내부에는 곡선 유리창과 원형 세면대 등을 설치했다.
이 공사에 투입된 예산은 총 9억 원으로, 건축비 5억 8,800만 원과 설계비, 전기 공사 비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표준 공사비보다 1억 5,700만 원이 더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의회 한 의원은 “아파트 한 채 값에 버금가는 비용을 들여 공중화장실을 짓는 것이 맞느냐”라며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그러나 수성구 측은 “기존 화장실이 2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로, 관광 자원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리모델링이 필요했다”라고 해명했다.
민생대책 요구 거세지만… 대구시의 반응은
시민들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는 지역 경제를 살릴 민생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지역화폐 예산을 1,043억 원으로 증액했고, 인천(1,054억 원), 부산(500억 원)도 지역화폐 캐시백 혜택을 확대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올해 ‘대구로페이’ 충전 지원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역시 지급 계획이 없다.
전북 김제시는 1인당 50만 원, 정읍·남원·완주군은 30만 원, 경기 파주시는 10만 원씩 지급하는 등 다른 지자체들은 민생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구시는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홍준표 시장이 민생보다 대권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정부 지원이 없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구시는 대신 저리 대출과 상권 활성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는 ‘서민경제 위기 극복 집중 지원책’을 발표했다.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전년 대비 3,000억 원 증가한 2조 원 규모의 신용보증을 공급하고, 저신용자 대상 전환 특별보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설 문화공연과 골목형 상점가 지정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소상공인은 “가게 운영이 힘들어 문을 닫는 판에, 저리 대출은 무슨 의미냐”라며 “당장 월세와 생활비가 부족한데 대구시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대구시의 정책 방향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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