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의 등가성은 늘 위협받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신도심과 원도심, 세대간 불균형 등 대의정치 실현에는 늘 상대적 피해지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에 개헌 가능성이 들불처럼 피어오르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30년만의 대개조」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을 기획하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대상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에게 조금이라도 나아진 삶을 전달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재를 계속하며 그 가치는 가장 앞선다.
이번 기획에서는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대의정치가 어느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신설 지역과 통합지역은 그에 상응하는 여러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신설지역인 영종구와 검단구, 통합지역인 제물포구, 분리되는 서구가 상대적 피해를 입지 않고 현실적인 대의정치를 실현할 방안을 찾는다.
▲31년만의 행정구역 변화, 정치적 다변화 꾀할까
인천 정치는 양극화다.
지난 2024년 총선 때는 지역 14명 국회의원 중 12명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나머지 2명만이 국민의힘에 당적을 두고 있다. 3년 전인 2022년 제8회 동시지방선거 때는 10개 군·구청장 중 국민의힘 단체장은 8명, 부평·계양구청장만을 더불어민주당이 챙겼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선6·8기에서 국민의힘 간판으로 당선됐다.
그 전인 2020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11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2명(무소속 포함)이었고, 2018년 7회 지방선거 역시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이 9명이나 배출됐다.
현재는 탄핵이란 변수가 있다.
탄핵 여부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렸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단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에 이은 2018년 지방선거를 거울삼을 수 있지만, 조기대선에 개헌이 맞물리면 약 1년3개월 남은 지방선거를 점치긴 힘들다.
과연 인천형 행정체제가 선거에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인천형 행정체제가 대상 지역 시민들에게 상대적 피해를 주면 안된다.
영종·검단지역은 신설지역인 만큼 외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서구와 제물포구(중구+동구 통합)는 기성 정치인간의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다. 이들 지역 모두 주민의 목소리보다는 거대 양당의 낙하산 공천까지 우려된다.
이 때문에 행정체제 개편 관련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정치적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치권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다.
수도권 최초 합구이자 분구의 첫 사례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법적 근거도 아직 미약하다.
지난해 1월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지난 2010년 경남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 통합을 앞두고 설치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는 국가와 지방의 책무를 비롯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를 구성케 해 행정 편의가 아닌 지역 중심으로 행정체제개편이 이뤄지게 했다.
특히 이들 지자체의 국가 재정지원과 예산 특례를 둬 인천형 행정체제에서 가장 허약한 재정 문제를 국가에서 지원하게 끔 구성했다.
여기에는 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근거가 약하기 때문으로 지난해 배준영(국, 중구강화군옹진군)·모경종(민, 서구 병)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대표발의한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해소될지도 관심이다.
A구청장은 “분구되는 곳과 통합되는 곳 중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B시의원은 “지원 등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 섣불리 누가 나서겠냐”는 속내를 나타냈다.
탄핵 블랙홀로 지방선거와 관련해 한 발도 떼지 못하는 상황에, 인천형 행정체제 변화로 인한 선거구 획정 변화 여부 또한 불분명하다. 선거 일정 중 겨우 후보 등록 즈음에 결정되는 예년 선거구 획정에 비춰볼 때 행정체제 변화가 이뤄지는 4곳의 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깜깜이 선거를 맞게 될 수 있다.

▲대의정치 실현, 행정체제 개편 성공열쇠
인천은 14개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있다.
행정체제 개편 대상인 곳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복잡하다. 중구에서 분리되는 영종구의 경우 현재 중구강화군옹진군이란 3개 기초자치단체가 묶여 있다. 제물포구는 중구강화군옹진군에 더해 동구미추홀구 갑에 엮여 있다.
서구에서 분리되는 검단구는 서구 을, 서구 병으로 쪼개진다.
이달 초 서구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변화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인천시 기초의원 총정수 확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인천시와 시의회는 서구·검단 지역의 급격한 인구 증가 및 장래 인구, 분구에 따른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서구·검단구의 기초의원 정수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선거구획정 논란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모경종 의원은 최근 유정복 시장을 만나 행정체제 경계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 법안에따라 영종구와 검단구를 비롯해 서구(검단구 제외)에서는 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이 선출된다. 그러나 중구와 동구는 다음 지방선거부터 제물포구라는 명칭으로 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이 통합된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인천 인구는 302만3649명으로, 부산 326만3891명보다 약 24만명 적다. 두 지역의 기초의원은 인천 123명, 부산 182명으로 59명이 차이난다. 광역의원은 인천 40명, 부산 47명이다.
이를 기초로 인천 기초의원 1인당 시민수는 2만4582명에 달하고, 부산은 1만7933명으로 조사됐다. 광역의원은 인천 7만5591명, 부산 6만9444명이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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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236만3281명 인구 중 기초의원 121명에 대한 1인당 시민수는 1만9531명이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2026년 7월1일부터 인천 행정구역이 2군·9구로 바뀜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의원과 기초의원 정수 또한 현실화될 필요성이 높다. 여기에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만이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수가 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합리적 대안도 요구된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구획정에는 3년 후 총선까지 염두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인천형행정체제 개편 당시 예상되는 해당 지역 인구는 제물포구 10만명, 영종구 12만명, 검단구 22만명, 서구 40만명이다.
지난 2022년 총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정한 선거구 하한선은 13만5521명, 상한선 27만1042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제물포구영종구가 단일 선거구로, 미추홀구 갑, 미추홀구 을은 동구를 뗄 것으로 예상된다. 내륙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서구 갑·을·병과, 계양 갑·을에 강화군이 어떻게 조정될지 미지수다.
기존대로 제물포구영종구강화군이 되면 선거구상한선을 넘게 되고, 서구 갑·을·병은 서구와 검단이 분리되고 서구 을 지역과 병 지역의 경계조정 여부로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구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20여 년 전 선거구였던 계양구·강화군 갑을이 회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계양구 갑·을 선거구 모두 인구수가 감소추세로, 선거구 하한선에 턱걸이 중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천은 시의원과 구의원 수가 타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동안 광역의회 정수를 늘리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현재 인천에 제1야당 대표와 원내대표, 여당 지도급 의원들이 있다. 지역 광역의원 정족수 확대를 위해 이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영·전민영·정혜리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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