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도어록, 화재 시 ‘탈출 불가’
일부 제품은 폭발 위험까지… 소비자 경각심 필요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했는데, 이렇게 위험할 줄 몰랐습니다.“
평소 해외 직구를 즐기는 A씨는 이번 연구 결과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후기가 많아 선택한 도어록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A씨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선택했는데, 오히려 가족을 위협하고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재 시 탈출 막는 도어록… 목숨이 위험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디지털 도어록 10종을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됐다.
문제는 화재 발생 시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시험 과정에서 3개 제품의 수동 레버가 고온에서 녹아내려 문을 열 수 없었으며, 5개 제품은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발화하는 위험성을 보였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들은 별다른 규제 없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테스트를 위해 도어록을 잠긴 상태에서 270도까지 가열한 뒤, 10분간 유지하고 수동 레버로 문을 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10개 제품 중 3개는 레버가 녹아버려 개폐가 불가능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 도어록이 달린 집에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리튬이차전지를 사용하는 5개 제품이었다. 배터리는 170~260도 사이에서 발화하거나 폭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 도어록에 이차전지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오는 5월 7일부터는 KC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조사된 제품 10종 모두 국내 표준과 맞지 않는 설치 규격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은 설치 비용 부담과 출입문 원상복구 등의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제품은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때 외부 전원 공급이 불가능해, 문을 열기 위해서는 도어록을 부수거나 출입문 자체를 파손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직구 4조 원 시대… 안전은 뒷전?
해외 직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다양한 제품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결제한 금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4조 2천억 원에 달했다.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접근성 덕분에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디지털 도어록이 화재 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동 개방 방법을 반드시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피”라며, “디지털 도어록이 고온에서 변형되거나 고장 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동 개폐 장치를 이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품마다 개폐 방식이 다르므로, 평소 설명서를 숙지하고 비상시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직후, 알리익스프레스는 문제가 확인된 6개 제품의 검색 및 판매를 즉시 차단하고,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1533-6727)를 통해 환불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 제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안전과 직결된 제품은 KC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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