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시에는 ‘미래를 여는 선진 교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철제 정문이 설치된 건물이 있다. 2만2000㎡(6655평) 부지에 콘크리트 담벼락이 둘러쳐 있다. ‘법질서 확립’ ‘도덕성 함양’ 구호가 담벼락에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그 아래에는 호송 버스가 주차돼 있다. 이 버스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실제 교도소는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찍는 세트장으로 만든 곳을 관광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수감복을 빌려 입은 뒤 쇠창살이 쳐진 1인실과 다인실을 둘러볼 수 있다. 법정도 있다. 죄를 짓고 유죄 판결을 받아 교도소 생활을 하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작년에만 20만명 넘게 교도소 세트장을 방문했고 전체 관광객은 500만명”이라며 “관광객이 식당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도소 세트장은 성당초 남성분교가 폐교한 자리에 지난 2005년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은 교도소 세트장을 둘러본 뒤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 보석 박물관, 고스락(정원) 등의 인근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 문 닫은 교도소를 문화예술 공간·창업 센터·드론 단지로 활용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교도소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지자체도 있다. 대체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전남 장흥교도소는 2015년 장흥읍에서 용산면으로 이전했다. 장흥읍에는 교도소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장흥군은 빈 교도소를 리모델링해 문화 예술 공간 ‘빠삐용 집(ZIP)’으로 만들었다. 빠삐용 집은 내년 상반기 전면 개방한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글 감옥’이라는 수용실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장흥이 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교도소 시설과 문학을 연계했다고 한다.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영상을 감상하는 공간도 있다. 장흥군은 문화 예술 공간에 숙박 시설(호텔 프리즌)을 추가해 관광객이 보다 오래 머무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도 옛 대구교도소 자리에 청년 지원 센터(미래 희망 타운)를 만들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창업·취업을 지원하는 공간이 들어선다. 또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공간, 문화 시설, 산책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남 창원시는 창원교도소 부지에 드론 특화(特化) 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 창원교도소는 회성동에 있는데 2028년까지 평성리로 이전하기로 했다. 창원시는 회성동 교도소 자리에 국산 드론 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드론은 비행 제어 장치,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드론 산업을 키우면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살리려… 교도소 새로 들이는 지자체도
교도소가 새로 들어서는 지자체도 있다. 전북 남원시에는 15만660㎡(4만5574평) 부지에 남원교도소가 들어선다. 기결수 500명을 수용하고 교정 직원 2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남원시는 교도소가 들어서면 교정 직원과 가족, 면회객 등 지역을 찾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지역 농가를 통해 급식 식자재를 제공하며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원교도소는 국비 723억원이 투입돼 오는 2027년 착공, 2031년 준공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교도소는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는 기피 시설이었으나 최근에는 인구를 유입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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