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르포] 아파트 ‘쥐떼 퇴치 대작전’…“쥐약·쥐덫으로 강력 대응” vs “죄없는 고양이 죽는다” 논란

조선비즈 조회수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의 한 아파트 화단에 성인 남성 주먹 하나 크기 정도의 쥐구멍이 뚫려있다. 이날 아파트 방역 견적을 내러 온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의 한 아파트 화단에 성인 남성 주먹 하나 크기 정도의 쥐구멍이 뚫려있다. 이날 아파트 방역 견적을 내러 온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이런 구멍을 통해 아파트 지하나 하수관까지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석 기자

‘쥐떼 퇴치’ 방역업체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지난 19일 출동했다. 원스톱방역 정의석 대표가 화단 울타리를 발로 툭 걷어차는 순간 쥐 3마리가 후다닥 튀어나왔다. 정 대표는 “이 정도면 단지 전체에 쥐떼가 싹 퍼진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도 “쥐가 나왔다는 민원이 올 들어 3~4일에 한 건 꼴로 들어오고 있다”며 “한 가구는 하루에만 쥐 4마리가 싱크대, 천장, 냉장고 바닥에서 잇따라 나왔다고 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단 쥐구멍→하수관 물어뜯은 틈새→아파트 싱크대·냉장고 바닥

2월에도 강추위가 계속 되면서 야생 쥐떼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파트로 찾아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도 쥐떼가 곳곳에 침입 통로를 뚫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단에는 남자 어른의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쥐구멍이 보였다. 외부에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튼 셈이다.

실제로 각종 설비가 들어선 아파트 지하 공간을 쥐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재질(PVC)로 만든 하수 파이프에 손전등을 비추자 작은 틈새와 깨진 자국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 대표는 “이 틈을 쥐들이 이빨로 물어뜯고 넓힌 다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하수관 안쪽을 기어오르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층이 낮은 세대는 집 안에서 쥐가 나온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한 아파트 지하 생활하수관에 설치된 하수 파이프에 구멍이 나있다.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한 아파트 지하 생활하수관에 설치된 하수 파이프에 구멍이 나있다. 정의석 원스톱방역 대표는 “저런 구멍으로 들어간 쥐들이 배관을 타고 세대 안까지 침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정석 기자

아파트 지하 공간의 콘크리트나 우레탄폼으로 마감된 천장 곳곳에도 틈새나 구멍이 있었다. 주변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설치한 철제 쥐덫과 끈끈이덫이 있었지만 쥐는 걸려들지 않고 벌레만 잡혀 있었다. 정 대표는 “쥐의 이동 경로를 잘 파악해 약을 치고 덫을 깔아야 한다”라며 “요새 쥐는 웬만한 덫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 아파트 쥐떼 퇴치에 필요한 기간을 최소 6개월로 잡았다. 쥐약은 물론, 쥐가 들어오면 전기로 쥐를 기절시키는 방식의 쥐덫, 끈끈이덫 등 다양한 방역 제품을 사용할 계획이다. 비용은 총 500만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상황에 따라 추가금이 붙을 수도 있다고 한다.

◇길고양이 돌보는 캣맘, 강한 쥐덫·쥐약 사용엔 반대

아파트 쥐떼 퇴치에는 주민들도 동의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는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방역 업체를 부르기 전 우리가 자체적으로 약을 치고 쥐덫을 깐 적이 있다”면서 “그랬더니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들이 전화로 언성을 높이거나, 아예 쥐덫을 본인들이 치우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고양이가 포획틀을 경계하고 있다. /뉴스1
한 고양이가 포획틀을 경계하고 있다. /뉴스1

이 아파트 주변 길고양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를 준다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죄 없는 고양이까지 피해를 본다면 그 방역은 잘못된 것”이라며 “길고양이가 쥐를 잡아주기도 할 텐데 화단에까지 약과 덫을 쓸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민인 30대 여성 이모씨는 “예전에는 길고양이들이 배고파서 쥐 사냥을 좀 했다고 들었다”라며 “근데 요새는 캣맘들이 먹이도 주고 집도 줘서 고양이들이 쥐 사냥은커녕 쥐 퇴치에 방해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주민 유모(54)씨는 “쥐 나와서 집값 떨어지는 거 캣맘들이 책임지는 것 아니지 않느냐”라며 “쥐들이 냄새만 맡아도 죽을 정도로 강한 약을 써서 아주 그냥 싹쓸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논란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20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최근 업체를 불러 단지 곳곳에 쥐약, 쥐덫 등을 깔았는데 동네 캣맘이 이걸 마음대로 치우려다 주민에게 걸려 큰 소동이 있기도 했다”라며 “다른 주민들은 강한 약과 덫을 써서 쥐를 다 없애길 바라는데, 그랬다간 캣맘 민원이 관리사무소로 빗발치니 중간에서 너무 괴롭다”고 했다.

한편 야생동물보호단체도 강한 쥐약·쥐덫을 쓰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언덕배기 숲이나 산을 끼고 있는 경우 많은데,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가 쥐 잡는 끈끈이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되도록 야외에는 살상력이 너무 강한 쥐약이나 끈끈이 쥐덫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가 지난해 충남 지역에서 끈끈이 쥐덫에 걸린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35건이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래로 가장 건수가 많았다. 또 황조롱이, 수리부엉이같은 천연기념물이 끈끈이 쥐덫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센터가 2011~2023년 끈끈이 쥐덫으로부터 구조한 야생동물 190마리 중 45마리(23.7%)가 황조롱이, 4마리(2.1%)가 수리부엉이였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7320만원짜리를 2931만원에…작정 할인하는 '연비 끝판왕' SUV 정체
  • 르완다 학살보다 빠른 나치 학살, "100일 동안 147만 명 죽였다”
  • 공수처, 중앙지법서 윤 대통령 영장 기각되자 영장 쇼핑...알고보니 '우리법연구회 중심의 서부지법 청구'
  •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지지하는 시민들, 광화문에서 “탄핵 무효” “헌재 해체” 외쳤다
  • "잣대가 다른 이유는 뭘까" 이재명 저격하며 김새론 사진 올린 전 의협회장
  • “우려가 결국 현실로”, “선을 넘고 말았다”…옆 나라 배짱에 여행족들 ‘울분’

[뉴스] 공감 뉴스

  • 중국의 반격에 “악재 겹쳤다” … 휘청이는 삼성, 반전의 승부수 던질까
  • 창원특례시, 미래모빌리티 기회발전특구 투자기업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
  • ‘홍장원 메모’ 탄핵 스모킹건? ‘동향파악 명단’이 ‘체포명단’으로 둔갑
  • ‘성남 학폭’ 피해자 “가해 성남시의원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것”
  • 심리적 내전상황, 극우와 연대하는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
  • '판 커지는 AI'…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인공지능 투자 대폭 확대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이게 미래형 전기차?”.. BMW가 갑자기 공개한 신형 i3에 대한 힌트, ‘관심 집중’

    차·테크 

  • 2
    “150만 대 판매 신화”… 또 한번 진화한 SUV, 더욱 강렬해진 모습에 ‘깜짝’

    차·테크 

  • 3
    '이게 무슨 일이고' 고우석의 시련, 日에서도 집중 조명 "ML 승격에 먹구름 끼었다"

    스포츠 

  • 4
    '국대 마무리' 조상우 보직은 어디? 이범호 감독, 고민 속 힌트 제공 "조상우가 초반부터 치고 들어간다면…"

    스포츠 

  • 5
    신드롬 일으켰다… 쿠팡플레이 누적 시청자 수 1위 갱신한 '한국 드라마'

    연예 

[뉴스] 인기 뉴스

  • 7320만원짜리를 2931만원에…작정 할인하는 '연비 끝판왕' SUV 정체
  • 르완다 학살보다 빠른 나치 학살, "100일 동안 147만 명 죽였다”
  • 공수처, 중앙지법서 윤 대통령 영장 기각되자 영장 쇼핑...알고보니 '우리법연구회 중심의 서부지법 청구'
  •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지지하는 시민들, 광화문에서 “탄핵 무효” “헌재 해체” 외쳤다
  • "잣대가 다른 이유는 뭘까" 이재명 저격하며 김새론 사진 올린 전 의협회장
  • “우려가 결국 현실로”, “선을 넘고 말았다”…옆 나라 배짱에 여행족들 ‘울분’

지금 뜨는 뉴스

  • 1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터졌다… “집 살 때는 몰랐죠” 서민들 ‘한숨 푹’

    경제 

  • 2
    "기회는 놓칠 수 있지…그런데 그 이후 태도가 문제잖아!" 슬롯 '1500억' FW에 극대노, 日 MF 언급하며 비교

    스포츠 

  • 3
    김도영이 혹시 3번이 아니라면…KIA 베스트 타순 틀을 깬다? 오타니는 1번 친다, 꽃범호 행복한 고민

    스포츠 

  • 4
    [한국의 미슐랭 스타들]⑯알라프리마, 순간의 영감이 빚어낸 독창적 미식

    여행맛집 

  • 5
    [차세대 유니콘](34) 삼성전자·현대차에 AI 공정 자동화 솔루션 공급하는 ‘마키나락스’… 윤성호 대표 “일본 시장도 공략”

    차·테크 

[뉴스] 추천 뉴스

  • 중국의 반격에 “악재 겹쳤다” … 휘청이는 삼성, 반전의 승부수 던질까
  • 창원특례시, 미래모빌리티 기회발전특구 투자기업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
  • ‘홍장원 메모’ 탄핵 스모킹건? ‘동향파악 명단’이 ‘체포명단’으로 둔갑
  • ‘성남 학폭’ 피해자 “가해 성남시의원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것”
  • 심리적 내전상황, 극우와 연대하는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
  • '판 커지는 AI'…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인공지능 투자 대폭 확대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추천 뉴스

  • 1
    “이게 미래형 전기차?”.. BMW가 갑자기 공개한 신형 i3에 대한 힌트, ‘관심 집중’

    차·테크 

  • 2
    “150만 대 판매 신화”… 또 한번 진화한 SUV, 더욱 강렬해진 모습에 ‘깜짝’

    차·테크 

  • 3
    '이게 무슨 일이고' 고우석의 시련, 日에서도 집중 조명 "ML 승격에 먹구름 끼었다"

    스포츠 

  • 4
    '국대 마무리' 조상우 보직은 어디? 이범호 감독, 고민 속 힌트 제공 "조상우가 초반부터 치고 들어간다면…"

    스포츠 

  • 5
    신드롬 일으켰다… 쿠팡플레이 누적 시청자 수 1위 갱신한 '한국 드라마'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터졌다… “집 살 때는 몰랐죠” 서민들 ‘한숨 푹’

    경제 

  • 2
    "기회는 놓칠 수 있지…그런데 그 이후 태도가 문제잖아!" 슬롯 '1500억' FW에 극대노, 日 MF 언급하며 비교

    스포츠 

  • 3
    김도영이 혹시 3번이 아니라면…KIA 베스트 타순 틀을 깬다? 오타니는 1번 친다, 꽃범호 행복한 고민

    스포츠 

  • 4
    [한국의 미슐랭 스타들]⑯알라프리마, 순간의 영감이 빚어낸 독창적 미식

    여행맛집 

  • 5
    [차세대 유니콘](34) 삼성전자·현대차에 AI 공정 자동화 솔루션 공급하는 ‘마키나락스’… 윤성호 대표 “일본 시장도 공략”

    차·테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