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 다시 인하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추가 금리 인하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번에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성장률은 하향, 내년 성장률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 과반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종전 1.9%에서 1.6% 이하로, 내년 성장률은 1.8%에서 1.9~2.0%로 조정될 것으로 봤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종전 전망과 같은 1.9%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였다.

◇ “비상계엄·탄핵정국 여파로 경제 성장세 둔화”
조선비즈가 22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은 오는 25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0%에서 연 2.75%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던 한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하게 된다. 지난달 금리 동결 전까지 한은은 2회(작년 10월·11월)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근거로 우리나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꼽았다. 한은은 지난달 자체 블로그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종전 전망치(1.9%)보다 낮은 1.6~1.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창용 총재가 국회에서 “성장률 전망 1.6%도 다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지지부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논의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여야는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규모와 항목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 자체 추경안을 공개하면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사업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대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이달 중 추경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성장률 전망이 1% 중반대로 큰 폭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커 한은이 2월에는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경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통화정책의 중요도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국내 경제가 침체 상황인 점을 고려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난달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던 환율 변동성은 작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여파로 1486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달 14일부터 1430원대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도 커지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고개를 들었고, 이에 따라 환율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 이후 급격하게 약세를 보이던 원화 가치 추가 약세가 제한됐고, 환율은 글로벌 트렌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회의에서 ‘환율 등 우려 요인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신성환 위원 주장에 금통위원 전원이 동의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환율이 주된 고려 요인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추가 인하는 5월… 전문가 73% “최종금리 연 2.25%”
채권시장 전문가 전원은 금리 인하가 다음번 금통위(4월)를 건너뛰고 5월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데다,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됐던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 내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달러 강세는 심화된다.
다만 금리 인하 폭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전문가 11명 중 8명(72.7%)은 올해 한은의 금리 인하 횟수를 3회로, 최종 금리를 연 2.25%로 전망했다. 나머지 3명(27.3%)은 한은이 금리를 1회 덜 내려서 최종 금리가 2.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3회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경기 하방 위험에 주목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6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하락 기조를 보일 것”이라면서 “2분기 이후에는 연준의 긴축 공포로 인한 국내 금융 불안 부담이 사라지고 경기 부양이 최고 책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 하강 위험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면서 “한은은 2월 금리 인하 이후 분기마다 1회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2.25%까지 인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이란 노동이나 자본 등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였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말한다.
2회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는 여전히 높은 환율 수준과 금융 불안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추경 집행 가능성과 하반기 경기 개선 기대감, 물가목표(2%) 수준의 물가 상승률, 환율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파른 인하보다는 완만한 인하 흐름을 예상한다”면서 “한은 총재도 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자산 가격 상승 위험과 환율 절하 부담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올해 성장률 하향조정… “1.5%로 내린다” 전망도
한은은 이달 금통위에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담은 ‘수정 경제 전망’도 발표한다. 작년 11월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 내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의 경우 올해와 내년 모두 1.9%로 예상했다.
수정 경제 전망과 관련된 설문조사에는 10명이 참여했다. 10명 중 6명은 올해 성장률이 1.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3명은 1.5%로 전망했다. 1명은 1.7%를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는 1.8%를 예상한 사람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3명은 1.9%, 2명은 2.0%, 1명은 1.7%로 전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점증되고 당분간 내수부진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모멘텀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여기에 작년 말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 이벤트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출 경기 둔화와 고용부진으로 인한 소비 경기 악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올해와 내년 모두 한은의 전망과 같은 1.9%를 제시한 전문가들이 각각 5명, 6명으로 제일 많았다. 올해 물가에 대해 한은과 다른 전망을 한 5명 중에서는 2명이 2.0%를 예상했고, 2명은 1.8%, 1명은 2.1%를 제시했다. 내년 물가에 대해서는 4명 중 2명이 2.0%, 1명이 1.8%, 1명이 1.7%를 제시했다.
백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은 환율 등 일부 불확실성 요인들이 상방 리스크로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요 압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연간 기준 목표 수준(2.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부진으로 물가도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유가도 올라갈 위험이 적어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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