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 선언으로 민주당이 때아닌 정체성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군에 속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 아니다”며 참전하고 나섰다.
임 전 실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설익은 주장은 분란을 만들 뿐이고 장차 진보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18~19일 연이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보수냐. 민주당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된다”는 등의 발언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이같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것을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에서 물러서야 할지 모른다”며 “(이는)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이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 성장과 복지의 균형, 환경과 생명, 시장 방임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어찌 중도보수정당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과 정권교체에 집중할 때라면 제발 그렇게 하자”면서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의 마음까지 얻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같지만, 단순히 우클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는 자신이 사실과는 달리 좌파 혹은 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불편함이 있어 보인다. 그 불편함이 ‘우클릭 강박관념’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우클릭은 정답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의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신뢰감과 안정감”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차기 주자군으로 꼽히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도 전날 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극단이 아닌 합리적인 보수와 중도, 그리고 합리적인 진보가 함께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이 대표의 주장을 일부 옹호하면서도 “보수의 ‘안정 속의 변화’, 진보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예측가능한 나라,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합리적인 보수와 중도, 합리적인 진보가 함께하는 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은 “‘좌클릭, 우클릭’이라는 틀에 박힌 프레임과 구시대적인 비난을 끝내자”며 “민주당은 극단과 이념을 극복하는 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당 지도부 일원인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저는 민주당이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 의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민주당의 이념을 ‘중도 개혁 정당’이라고 천명하신 바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해 왔다”며 “그래서 점점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 의장은 그러면서 “원래 당의 이념과 노선은 당 강령에 담기는 것이고 강령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검토돼왔다”며 “앞으로 당의 이념과 노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체계적인 논의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진 의장은 한편 전날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등 여당 내 탄핵 찬성파를 아우르는 중도보수 연대’라는 구상을 제안한 데 대해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우리 헌정질서를 지켜야겠다는 차원의 연대 선언에는 한동훈·유승민·안철수 등도 다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선 연대를 하자는 것은 아직은 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진 의장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대선 국면이 열리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무슨 대선을 염두에 둔 연합이나 연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지금 당장은 내란 종식과 헌정수호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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