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의 방산 키워드와 한·미 방산협력에 대한 단상
김용선 주미 국방군수무관 육군 대령
트럼프 2.0시대의 지표
2025년의 세계 정세는 불확실성이 크다. 장기화되는 러·우 전쟁, 미·중 경쟁 등 불확실성 속에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 2.0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공정한 몫(fair share)을 지불해야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림 1] 트럼프 행정부 2.0의 동맹 및 우방국과 협력 지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와 선거 기간 발언에 기초한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2.0 정책의 지표는 ➊ 미국의 대외 무역흑자 여부, ➋ 동맹국이 GDP의 최소 3%를 국방비에 지출함으로써 공정한 몫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다.[그림 1] 트럼프 2.0 시대는 이 두 가지 지표에 기반해 미국과의 관계가 위험지대(Danger zone)에 있는지 안전지대(Safe zone)에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미국과의 국방 및 방산협력도 이러한 공정한 몫의 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0시대 키워드
보호주의
트럼프 2.0 시대는 보호주의 정책과 관세를 중요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관세를 주장해왔다. 그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중국의 수입품과 교역국 알루미늄 및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였고, 2024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한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품목에 대해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여 저임금 등 해외 인프라를 활용하여 미국에 수출 시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펼쳐 미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또한 억제해왔다. 따라서 미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적극 억제하는 가운데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는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관계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2.0의 공통점은 중국에 대한 견제다. 군사, 외교, 통상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통상 분야에서는 양 국가 간 교역이 실현 불가능한 수준까지 관세를 인상하여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탈피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6억 명의 중국 노동자가 세계의 공장 역할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및 태양전지판과 같은 최첨단 환경기술(Green Technology)을 포함한 첨단기술 제품의 생산 및 수출을 촉진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뜻밖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유화적인 어조는 필요에 따라 중국과 협력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이러한 접근법은 트럼프가 2018년 첫 임기 동안 중국의 통신회사 ZTE에 대처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중국 통신사에 부품 판매를 7년간 금지시키겠다고 함으로써 중국의 통신기업 ZTE가 파산할 위기에 처하도록 한 바 있다. 중국으로부터 14억 달러의 패널티를 포함한 값비싼 양보를 얻어낸 후 결정을 번복하였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협상의 방법을 잘 보여주는 예다.
동맹관계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및 유럽의 동맹 및 우방국들이 자국의 국방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현재 목표치의 두 배 이상 늘리려고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의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GDP의 4%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지난 6월 나토 보고서에 따르면 32개 회원국 중 23개 회원국이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 목표인 2%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C)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며, 그것은 2%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고 언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이 비용을 지불한다면 나토에 남을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은 나토를 떠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국방비 부담을 기존보다 많이 높이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성
트럼프 행정부의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5가 국방분야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 등 고비용 첨단무기체계에 대한 전력화 조정 감축과 드론 등 자율 무인체계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메시지는 향후 미 방산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6 F-35 전투기,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현 무기체계와 드론 등 무인·자율시스템 전력 획득 배분 및 관련 방산업체에 대한 통합과 인수합병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대로 F-35 전투기 등 고비용 전력을 보다 저렴하고 신속히 다량 획득이 가능한 무인체계로 전환하고, SpaceX 등 민수업체의 방산분야 진입 및 인수·합병 등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다.
트럼프 2.0 방산 전망
무인체계 전력화
미 국방부는 중국의 양적인 군사력 팽창에 대응을 위해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계획을 발표하여 무인 드론의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저가의 상용드론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러한 사례를 통해 중, 소형 드론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 공군의 협동전투기사업(CCAP :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Program) 또한 무인체계의 대표적 전력화사업이다. 협동전투기사업은 유인전투기와 무인전투기를 협동으로 운용하는 개념으로 현재 미군이 운용중인 F-16이나 F-35 전투기 조종사가 다수의 CCA 무인전투기를 운용하는 개념이다.
미 공군은 유·무인 복합전투기 운용개념인 CCA분야에서 선도적 개발을 하고 있다. 최근 Anduril 및 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와 1단계 CCA 전투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25년 말까지 1단계 전력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후 2단계 전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월 9일, 미 공군성 켄달 장관은 CCA 2단계 사업 관련하여 비용 면에서 1단계 무인 플래폼 대비 20%~30%까지 추가 비용과 성능 면에서 보다 간단한 체계로부터 적 영공 깊숙이 침투하여 운용할 수 있는 보다 더 정교한 플래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CCA 플래폼의 다량 생산 및 운용을 통해 미 공군에게는 전투력 운용에 대한 선택지를 늘리면서 적에게는 이에 대한 대응을 강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많은 양의 무인 플래폼을 생산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방산수출과 연계한 AI 기술 확대
미국은 현재 최첨단 프론티어 AI 모델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AI에 대한 미국의 초기 투자와 인재 축적,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처음 시행된 수출통제를 통해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AI 기술을 해외에 홍보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광범위한 AI 애플리케이션, 첨단 칩까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AI 경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컴퓨팅 접근성과 최첨단 모델에서 미국의 비교 우위를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 2.0은 전 세계에 미국의 AI 기술 및 기반 제품 수출을 핵심정책으로 삼을 것이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AI 우위를 전략적으로 보호하려 했다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미국의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수출로 연결하려 할 것이다. 엔비디아(NVIDIA)가 최근 베트남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연구개발 센터를 개설한 것과 같은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대표 통신기업인 화웨이가 글로벌 5G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IT 기업이 국제적 입지를 구축하고 핵심 인프라에 미국 기술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 역할 증대
미 국방부가 향후 미군의 주요 무기체계 전력화 방향을 유인체계에서 무인체계로 전환하려고 하는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AI와 무인체계 발전을 위해 신흥 스타트업 방산기업과 보다 더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nduril, Shield AI, Epirus와 같은 신흥 기업을 통해 첨단 소프트웨어 중심 솔루션을 도입해 기존 방산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 Anduril의 Barracuda 순항미사일
➊ Anduril
창업한 지 10년도 채 안된 Anduril은 Lockheed Martin, Raytheon 및 Northrop Grumman 등 전통적인 미국의 거대 방산기업의 자리를 위협하는 핵심 방산업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Anduril은 드론, 무인전투기, 감시체계, 수중체계 및 대드론체계와 같은 플래폼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해당 전력을 빠른 시일 내에 다량 공급받고자 하는 국방부와 이러한 능력을 갖춘 Anduril은 국방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2024년 9월, Anduril은 기존 미사일 보다 30% 적은 비용과 2배 빠른 속도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Barracuda 순항 미사일을 선보였다.
설계 시 기존 시스템보다 부품을 50% 더 적게 사용하고 조립을 자동화하여 제작기간도 95% 단축했다. Anduril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라고 설명하며, 자체 운영체계인 Lattice OS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의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림 3] Anduril의 Denali 극소음속 추진체
Anduril은 2025년까지 Denali라는 극초음속 추진체를 개발하고, 호주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에 고스트 드론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미 해병대에 2억 달러 규모의 대드론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우주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우주 감시 네트워크를 현대화하기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림 4] Shield AI의 V-BAT 드론
➋ Shield AI
2015년에 설립된 Shield AI는 GPS나 사람의 직접적인 제어 없이 작동하는 AI 기반 자율 드론 및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Shield AI의 주력 제품은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드론인 ‘V-BAT’다. 고급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밀집된 도시 지역 및 전자전 지역과 같은 운용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운용이 적합하며 Hivemind AI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플래폼에서 구동된다. 2024년 Shield AI는 미국 해안경비대에 자율주행 드론을 납품하는 1억 9,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드론은 러우전쟁에서 효과가 입증되었고, 우크라이나는 수백 대의 드론을 더 요청하였다.
[그림 5] Epirus의 Leonidas 對 군집드론체계
➌ Epirus
Epirus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기술을 통해 대드론 체계를 개발, 생산하는 전문 방산기업이다. 2018년에 설립되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의 주력 제품은 대드론 체계인 ‘Leonidas’이며, Leonidas는 고주파 에너지를 발산하여 군집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림 6] Palantir Gotham 플래폼
➍ Palantir
Palantir는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03년에 설립되어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군사용 플래폼 ‘Gotham’, 기업용 플래폼 ‘Foundry’ 등 AI 기반의 제품 개발 및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Gotham 플래폼은 차량, 항공기, 함정 등에 장착하여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정제하여 통합 후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실시간 추론된 리소스를 제공하여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러·우 전쟁에서 Palantir는 우크라이나군에 일명 ‘AI-Powered Kill Chain’이란 이름의 Gotham 플래폼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Gotham 플래폼을 통해 드론 운용 데이터를 지도상에 입력하여 실시간 전장 상황을 인식하고 드론을 작전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림 7] Palantir Mixed Reality 미 NTS 훈련장 운용
Palantir의 혼합현실인 MR(Mixed Reality)은 기술적인 영역인 데이터 관리와 직관적인 영역인 전술적 통찰력을 결합해 지휘관과 운용요원에게 지원하는 체계다. MR은 임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신속 정확하게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고 있으며, Palantir의 MR은 미 육군훈련센터(NTC)에서 운용되고 있다.
함정건조사업 확대
현재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 중 가장 취약한 분야가 해군력이다. 중국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해군의 역할이 핵심적이나 현재 미국의 함정 건조능력은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조선산업은 사실상 붕괴되었으며, 수년 간의 사업지연과 비용초과로 인해 해군이 필요한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조선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해군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보다 더 많은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초 중국은 1,794척의 대형 상선을 주문했고, 한국은 734척, 일본은 587척을 발주한 반면 미국은 5척밖에 발주하지 못했다.
[그림 8] 중국과 미국 등 선박 건조능력 비교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월 상원 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 중국의 조선분야 격차를 제시하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더 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 필요한 위대한 해군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 특히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조선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선 법인 존스 법(Jones Act)과 군 함정 건조 관련 법인 10 USC 7399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휴 휴이트 쇼에 출연해 미 해군 재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함정건조분야에서 동맹과 방산협력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더 이상 함정을 만들지 않는다. 과거에는 하루에 한 척의 함정을 건조하곤 했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함정 건조를 위해 동맹을 이용할지 모르고, 그래야 할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향후 한·미간 함정건조 분야 방산협력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그림 9] 미국의 방산 수입, 수출 비교(’19-’23)
최근 미국의 국제 방산협력 관련 동향
RDP-A
미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동맹 및 우방국과 방산협력의 방법으로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을 체결하고 있으며, 체결국에 대해서는 미국산구매법(Buy American Act)의 적용을 면제해주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의 회계감사국(GAO)은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관련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22년 11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존 가라멘디 의원 등 2명이 회계감사국에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9년에서 ’23년 사이 미국은 RDP-A 체결국 28개국과 약 97억 달러(14.2조 원)의 방산품목을 수출하였고, 52억 달러(7.6조 원)의 품목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RDP-A 28개 체결국과는 미국 전체 방산 수입품목의 84%, 수입품목의 51%를 차지했다.
[표 1] GAO RDP-A 관련 보고서 요약
보고서는 협정 체결국이 미국산구매법(Buy American Act) 적용이 면제되어 결과적으로 미국의 방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하고 국방부 및 상무부 등 관련기관은 현 RDP-A 운영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보고서는 기존 RDP-A 체결국을 비롯한 한국, 브라질, 인도 등 협정체결을 추진 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의 방산업체 보호 등 국익에 부합하는 지침 마련과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향후 국방상호조달협정 관련 식별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과 방산협력을 위한 RDP-A 체결을 위해서는 미측이 제기한 사항에 대한 검토와 RDP-A 체결이 한-미 방산협력 및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제시하여 한미 RDP-A 협정 체결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RSF)
미 국방부는 2024년 3월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RSF)을 발표 후 동맹 및 우방국의 방산업계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투준비태세 역량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목적은 미군이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의 정비를 위해 미국으로 후송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동맹 및 우방국의 방산업체를 참여시켜 장비를 운용하는 지역에 더 근접하여 유지보수, 수리, 정비를 하기 위함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권역별로 정비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시범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국방방산전략(NDIS)에 따르면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 추진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수출통제, 지적소유권 등 관련분야 검토가 진행 중이며, 2028년까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의 시범사업 참여 대상국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등 5개국이다. 특히 한국은 함정분야와 항공기, 지상체계분야의 유지보수, 정비 및 수리 관련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미측과 협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방산협력
미국이 추진하는 무인체계 사업은 한국의 방산업체가 참여를 추진할 수 있는 분야다. 미국의 여러 동맹 및 우방국이 각각의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다량의 무인체계를 신속히 공급해야할 상황에 있는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해외 우수 공급망을 찾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 호주와 유·무인협동전투기(CCA) 협력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난 5월 2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 일, 호주 3국 국방장관회담에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3자 연구개발시험평가 프로젝트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그림 10] 미 국방방산전략서(NDIS)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RSF)
공동성명에 따르면 과학기술 협력은 집단적 우위 유지와 국방협력을 심화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 협정을 통해 3국은 긴밀한 방산연구개발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유·무인협동전투기(CCA)와 자율시스템, 우주항공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항공분야에 우수한 제조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도 미국의 무인체계 사업에 좋은 파트너로 협력이 가능하며 무인체계 분야 방산협력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상용 기술과 제조능력이 조합된, 군사적으로 사용 가능한 드론을 빠른 시간 내 다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 드론 전력화의 핵심기관인 미국의 국방혁신센터(DIU)는 중소·형 드론분야에 해외 우수업체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국내의 드론과 관련된 핵심기술(통신 및 항법, 제어 및 탐지, 센서, 정보처리, 고성능 배터리 등)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 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의 함정 건조사업 관련 미국은 동맹국, 특히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양국의 선박 건조업체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회사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용 및 해군 선박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성 장관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를 돌아보고, 해당 국가 조선업의 효율성과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에 현지 투자할 것을 독려하였다.
최근 한화오션이 1억 달러 규모의 거래로 Philly Shipyard를 인수한 것은 한국의 미 해군 함정 건조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한국 방산이 미국의 방산 성장을 돕고, 고용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방산협력 및 한국과 미국의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한편 지난 1월 4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 중단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미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조성되었으나 미국의 철강산업과 달리 선박 함정 건조사업분야는 이번 건과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탈리아의 Fincantieri와 호주의 Austal이 이미 미 해군을 위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어 선박 및 함정 건조분야 현지 투자를 통한 방산협력은 지속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월 동맹을 통한 미 해군의 함정건조 분야 협력에 대한 언급 등 최근 미국 내 분위기를 볼 때 향후 한미간 함정건조 협력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RSF)은 미 국방부가 2028년을 목표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추진 예정이어서 향후 미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비 대상장비와 수요 분석 및 향후 본격적인 사업추진 준비와 미측 리더십에 지속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 사업 대상국가로 거론되는 일본, 호주의 경우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국제방산 및 군수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 참여는 국방부 뿐만 아니라 외교부 등 연관 부처와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방산기업의 사업 참여 폭이 넓어지고, 국익에도 기여하리라 전망된다.
맺는 말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2.0 시대는 미국의 보호주의에 따른 관세 압박과 주한미군 주둔 관련 방위비 분담, 한·미 방산협력를 위한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 권역거점정비지원구상(RSF) 협력 등 한·미 간 여러 사안들이 있으며, 미국과 상생할 수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 “평화 시의 어떠한 승리도 전쟁에서의 승리만큼 위대할 수는 없다”는 말을 통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는 불확실성 시대에서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찾아보고, “전쟁이 없다면 위대한 장군이 나올 수 없고, 링컨이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다면 아무도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역사를 통해 현재 국가의 안보 및 국익과 직결된 방산분야에서 헌신하는 이들이 K-방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설정하고 추진하여 K-방산이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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