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프라인 중심의 본업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배송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배송 서비스를 넓혀 온라인 수요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통합매입과 가격 재투자 등 상품경쟁력을 강화해 시너지 창출을 이어간다. 특히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올해 3곳의 신규 출점을 진행하고 점포 부지도 추가로 확보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이마트는 그간 정용진 회장이 강조해온 ‘세상에 없던 공간 혁신’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필드마켓’과 가격혁신의 ‘이마트 푸드마켓’이 있는데 각 매장별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타필드마켓이 공간의 혁신을 이룬 매장이라면 푸드마켓은 가격혁신을 앞세우고 있다. 영업면적 중 86%를 식품으로만 채운 데다 양파·마늘·배추·삼겹살 등 식재료를 할인점보다 20~50%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마트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연간 단위로 물량을 계약하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더욱이 상시 저가로 운영돼 별도의 프로모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마트 푸드마켓 1호점 수성점은 첫 주말 매출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오픈 첫날 개점을 앞두고 대기 고객만 100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창고형 할인마트인 트레이더스도 적극 활용 중이다. 최근 이마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오픈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현재 트레이더스 중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 첫날에만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반기에도 인천 구월동에 추가로 트레이더스 점포를 열고 오프라인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레이더스의 경우 이마트의 실적을 견인한 ‘효자’로 통한다. 그만큼 트레이더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유통업계 불었던 ’통상임금 소송’ 여파에도 실적 반등에 주효한 역할을 맡았다. 트레이더스 사업은 지난해 3조5495억원의 매출과 9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2%, 59% 증가하는 수준으로 이마트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주요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차별화 전략에 더해 배송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요 이커머스 계열사를 적극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SSG닷컴은 트레이더스 상품 당일배송 권역을 수도권까지 확대해 대용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겨냥했다. 기존에도 점포 인근 지역에서는 당일 ‘트레이더스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 외의 지역에서는 택배 배송만 가능했다. 이번 권역 확대는 수도권 트레이더스 택배 배송을 CJ대한통운 ‘오늘 오네(O-NE)’로 전환한 결과다.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은 물류 전반을 CJ대한통운에 전면 맡기기로 결정했다. G마켓의 익일배송을 CJ대한통운에 맡겼고 SSG닷컴은 김포 네오센터 2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마켓도 마찬가지로 배송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G마켓은 지난달 5일부터 도착보장 서비스인 ‘스타배송’에 일요일 배송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앞서 정용진 회장은 G마켓과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고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국내 배송 외에도 해외직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에는 몰테일과 손을 잡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이 온·오프라인에 적극적인 데는 쿠팡·네이버·11번가 등 이커머스 전문 플랫폼들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면서다. 물론 플랫폼들의 배송 전쟁은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런 이유로 정 회장은 본업인 오프라인 채널을 더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매장 방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방 거주 고객들을 위한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취임 후 강력히 내세워온 ‘본업 경쟁력’이 지난해 실적에서 증명된 만큼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027년까지 연매출 32조원을 목표로 삼고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필두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