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현직 교사들, 대형 학원에 모의고사 문제 판매
서울 강남·송파·양천구 등에서 거래 집중 발생
과학·수학 과목 문제 거래액만 123억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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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사들이 직접 사교육과 결탁했다. 지난 5년간 249명의 현직 교사들이 대형 학원과 손잡고 213억 원 규모의 문제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백년대계’라 불리는 교육이 비즈니스로 변질되면서, 공교육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8일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1인당 평균 855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강사들이 주도한 조직적 문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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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업체의 유명 강사들이 주도한 이번 비리는 전국 단위로 이뤄졌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16년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보고 연락한 강사의 제안으로 화학 모의고사 문항 제작을 시작했다.
또 다른 교사는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8개 사교육 업체를 통해 6억 1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일부 교사들은 문제 제작 조직까지 만들어 운영했다. 2019년 한 교사는 사교육 업체로부터 문제 제작팀 팀장을 제안받아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섭외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배우자가 설립한 문항 공급 업체를 통해 36명의 현직 교원으로 구성된 제작진을 꾸려 문제를 판매했다.
수도권 중심의 불법 거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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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거래는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됐다. 전체 거래 금액의 93.4%가 수도권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서울이 160억원으로 75.4%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송파구와 강남구가 각각 23억원, 양천구가 21억원으로 대형 입시학원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과목별로는 과학이 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수학이 5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게다가 일부 교사들은 EBS 수능 연계 교재를 변형한 문제를 판매하거나, 판매한 문제를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하는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다.
도를 넘은 비리와 부실한 관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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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증 부실과 교육부의 관리 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관리 감독을 약속했지만, 교육계에서는 현재의 수능 중심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열풍은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고질병”이라며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감사원은 비위 정도가 심각한 2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으며,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교육부에 학교 시험 문제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사교육 업체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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