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투탕카멘 이후 100년 만에 새로운 ‘파라오의 무덤’이 발굴됐다. 약 3500년 전 살았던 이집트 18왕조 4대 파라오, 투트모스 2세의 무덤이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이집트 공동 고고학 발굴팀은 이집트 남부 룩소르시 근처 테베 네크로폴리스의 서부 계곡에서 이 무덤을 발견했다.
당초 무덤의 입구는 2022년 발견됐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된 이후 100년만에 18왕조 왕들의 잃어버린 무덤이 모두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은 처음에 이 무덤이 투트모스 3세 왕의 아내들 무덤, 하트셉수트 여왕의 무덤과 가까이 있어 왕비들의 무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깨진 설화석 꽃병 조각을 맞춰보고 무덤의 주인이 투트모스 2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트모스 2세는 투탕카멘의 6대조로, 통치 기간은 기원전 1493~1479년 사이로 여겨진다. 그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 중 한 명이자 여성으로 왕자리에 오른 하트셉수트 여왕의 이복 남매이자 남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집트 관광 및 유물부에 따르면 왕이 사망한지 얼마되지 않아 홍수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무덤이 전반적으로 잘 보존되지 않아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무덤은 큰 계단과 매우 넓은 하강형 복도가 특징이다. 홍수 잔해로 입구가 막혀 있어 40cm 남짓하는 작은 틈이 있는 10m 길이의 통로를 기어서 매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안에는 푸른 천장과 노란 별이 새겨진 모르타르(현대의 시멘트), 왕에게만 전해지는 지하 세계로의 안내 책자이자 종교 문헌 ‘암두아트’가 발견됐다. 왕의 무덤이라는 증거다.
현장 책임자인 피어스 리더랜드 박사는 “이런 예상치 못한 발견은 나를 감정적 소용돌이로 요동치게 한다”면서 “내가 나왔을 때, 아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터뜨리는 것뿐이었다”며 발견 당시의 감동을 회상했다.
하지만 잔해를 치우고 완전히 들어간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리더랜드 박사는 “도굴당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어져 있었다”면서 “왕이 묻힌 지 불과 몇 년 후에 홍수로 침수되자 무덤의 내용물을 다른 장소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침수로 인해 두 번째 무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략적인 위치 또한 파악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무덤에는 보물이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한편, 투트모스 2세 미라는 지난 19세기에 이미 발견됐다. 무덤과 멀지 않은 데이르 엘-바하리 카셰트라는 고고학 유적지다. 이집트 문명 국립 박물관은 무덤 도굴꾼에 의해 약탈당하고 수세기가 지나면서 옮겨져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고 보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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