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과 탄핵 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존폐를 염려해야 할 지경”이라며 헌재 흔들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특히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재판 진행을 문제 삼으며 신뢰를 잃었다며 ‘헌재 폐지’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을 향해 형사재판과 탄핵 심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윤 대통령 비호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헌재 존폐 염려할 지경”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창립 37주년을 눈앞에 둔 헌법재판소가 존폐를 염려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기관으로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던 헌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헌재에 편향성이 있다며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이 헌재 앞에 찾아가 항의방문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헌재 흔들기’에 나선 바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재를 둘러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일부 편향된 재판관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헌재연구관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의 ‘대본’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꼬집었다.
지난 13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문 권한대행에게 재판 진행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추가 신청한 증인에 대해 ‘평의’를 거치는 것이 어떤 방향성이 있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자꾸 오해하시는데 이게 제가 (재판을) 진행하는 대본”이라며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라 TF에서 올라온 것이고 이 대본에 대해 8분(의 재판관)이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것이지 제가 덧붙여서 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문 권한대행의 ‘대본’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져 헌재 홈페이지에 ‘TF 명단을 공유하라’는 요구 등이 빗발쳤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변론 대본이란 건 재판부에서 합의해서 연구부에 지시하면 초안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그 내용은 재판부 합의로 언제든 변경가능하고 일종의 절차 진행 초안”이라고 설명했다.
TF를 통한 헌재 연구관의 업무보조는 법조계에서는 이미 관행이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영역인 헌재 탄핵 심판절차를 존중하기보다는 ‘대본’이라는 단어를 공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민의힘 측은 문 권한대행을 향해 허위사실까지 들먹이며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문 권한대행이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댓글 이미지가 조작된 편집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박수민 원내대변인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팩트,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당에서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기 위해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없이 ‘헌재 때리기’에 골몰한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일부 보수 진영에서 ‘탄핵 기각’ 가능성을 꺼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이 기각될 당시 8명의 재판관이 4:4로 평결이 나뉜 점을 두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재 재판관들은 꼭두각시이고 실제로는 흑막 뒤에 헌재 TF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탄핵 심판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권위가 인정받을 수 있겠나. 일부 편향된 재판관들에 의해 헌재 역사와 정통성이 짓밟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른 의견을 가진 재판관, 그리고 헌재 직원들께서 용기 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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