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조선업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3사의 영업이익은 총 2.2조원에 달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 등 한미 조선업 협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업계 전반의 전망과 사별 현황을 몇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국내 조선 ‘빅3’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HD한국조선해양은 연초부터 대형 수주 낭보를 전했다.
프랑스 글로벌 해운사 CMA CGM과 1만50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 12척 건조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CMA CGM이 HD한국조선해양에 추가로 1만8천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건도 성사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최대 24척을 CMA CGM로부터 수주하게 된다. 예상 수주 금액은 55억달러(7조9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설정한 조선·해양 부문의 연간 수주 목표치(180억5천만달러)의 30.5%에 달하는 금액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 최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1만8000입방미터(㎥)급 LNG 벙커링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5383억원이다.
LNG 벙커링선은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STS)’ 방식으로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선박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 벙커링선 4척은 길이 143m, 너비 25.2m, 높이 12.9m 규모다. 울산 HD현대미포에서 건조해 2028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 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 회사로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삼호를 연결하는 중간지주사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함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의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3월17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최종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때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동시 건조 중 하나가 선정되면 두 사 중 하나가 탈락하거나 함께 공동개발로 수주할 것인지 판가름 난다.

KDDX 수주 대결은 사실상 조선해양 방산업계 라이벌인 HD현대와 한화그룹의 오너 3세 간 대리전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군함 등 특수선과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KDDX 수주는 미 해군 군함의 외국 조선업체 건조 허용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의미도 갖는다. 차세대구축함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특수선 수주전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KDDX 수주를 놓고 한때 법정 공방까지 벌였던 양 사는 최근 특수선 수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을, 한화오션은 잠수함으로 분야를 나눠 원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방위사업청과 양 조선업체는 함정 수출사업의 전략적 대응을 위해 원팀 구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양 업체가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이 제한된다”고 「뉴스프리존」에 말했다.
지난해 실적 호조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은 현금 배당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선 수석 부회장은 2022년 등기임원에 오른 뒤 배당 계획을 밝힌 바 있다.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 약속을 지키며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업계에선 주당 5100원씩 총 3606억을 배당하는 안이 이달 말 주총에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다. 지주사인 HD현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총 이후에 확인이 가능한 사항”이라 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하며 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휴스턴 ‘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에서 열린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원자력 추진선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기관이나 연료탱크 등의 기자재가 필요하지 않다.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그린에너지연구랩 부문장은 “육상용 SMR 원자로 제작 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K-조선의 미래를 소개하며 빅데이터, AI 기술, 자동화 설비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통해 현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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