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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덕 기자]지난 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 등을 공개한 가운데, 참혹한 현장에 내던져진 상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약 4000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약 1만2000명의 병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2명 중 1명의 생포 순간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북한군은 “전쟁에 참가하는 줄 몰랐다”, “부모님도 내가 파병된 사실을 모른다”고 발언한 병사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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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조선일보는 북한군 저격수 리씨를 인터뷰했는데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리씨는 자신이 이미 복무 10년 차이며 제대를 앞두고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했다. 16세에 입대해 의무 복무 기간인 10년을 채우느라 20대 중반까지의 삶을 전부 군에서 보낸 것이다. 리씨는 “부모하고 전화 상으로만 이야기를 했고 한 번도 못 만났다”고 밝혔다. 황해남도 신천에 있는 리씨의 부대에서 평양의 고향집까지는 불과 100여㎞ 떨어져 있었지만 면회나 외출이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은 외출이나 휴가를 부모가 사망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가한다고 알려졌다. 리모씨에 이어 본지가 인터뷰한 또 다른 러시아 파병 북한군 백모(21)씨 또한 입대한 지 4년 동안 홀어머니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어머니가 자신의 파병 사실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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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리씨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국방뿐 아니라 국가의 여러 사업에도 강제로 동원돼 노예와 다름없이 일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리씨는 조선일보에 자신이 속했던 ‘폭풍군단’이 “전투력이 높아 공사, 전투 임무 수행 등에 앞장섰다. 삼지연 건설에도 동원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는 북한 김정은이 2018~2021년 백두산 인근 량강도에서 벌인 대규모 ‘선전 도시’ 건설 사업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겨울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데, 김정은이 병사들을 대거 동원해 공사에 투입한 것이다. 리씨는 “쿠르스크와는 추위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혹한의 겨울에 삼지연 공사에 투입돼 “곡괭이로 종일 요만한 돌망구(돌멩이) 하나씩을 캐느라 손이 얼어붙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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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쯤부터 러시아에 파병되는 북한군들의 피해는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리씨에 따르면 북한군은 해외에서 “유학 훈련”을 한다는 거짓말을 듣고 러시아로 이송됐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약 1만2000명이 파병됐다고 알려진 북한군 중 3분의 1 정도인 약 4000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알려졌고, 북한군이 추가 파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편 리모씨는 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면서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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