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대의 상징이 된 ‘남태령의 기적’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남태령 일대에서 집회를 진행한 농민단체 대표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20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 19일 하원오 전농 의장과 최석환 사무국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환해 약 2시간 남짓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경찰이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을 차벽을 세워 막았기에 촉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찰이 서울의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봉준투쟁단의 차량 행진에 제한 통고를 한 조치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조사 당일인 19일 서울 방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경찰 출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비상행동은 “전봉준투쟁단은 서울 진입 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행진했다. 서울 진입 전날, 기습적으로 서울 행진을 금지한 제한 통고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비상행동은 “경찰은 평화로운 행진을 막은 것도 모자라 항의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라며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평화로운 행진을 좌절시키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더 많은 시민들의 출석을 요구하며 남태령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가려 한다. 트랙터를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한 경찰의 책임은 조사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19일 기자회견에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참석해 ‘남태령 투쟁은 불법이 될 수 없다’는 손팻말을 들고 경찰의 소환 조사에 항의했다. 김식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교통통제를 잘 따르면서 안전하게 진행하는 행진을 먼저 가로막았다”라고 짚으며 “(이번 소환 조사는)남태령의 기적 같은 연대를 불법으로 만들고 시민들을 매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헌법수호와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진한 전봉준투쟁단은 무죄”라고 강조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남태령은 성숙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의 장이었으며 시민행동”이라면서 “농민들은 기후재앙 앞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들은 더 강하게 시민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남태령 투쟁은 새로운 희망”이라며 “남태령을 함께 넘은 분들에게서 강력한 연대의 마음을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경찰의 집회 시위 방해가 불법”이라고 꼬집으며 “오늘도 당당하게 조사받을 농민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봉준투쟁단 총대장을 맡았던 하원오 의장은 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며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그리고 여기 방배경찰서에서 농민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을 믿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탄압에도 ‘남태령의 기적’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어둠을 몰아낸 응원봉의 힘으로 우리는 ‘사람이 곧 하늘’인 새 세상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태령의 기적’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서 진행된 농민과 시민들의 1박 2일 집회를 일컫는 표현이다. 농민과 시민들은 당시 경찰이 남태령 고개를 가로막자 밤새 항의를 벌여 약 29시간 만에 경찰 차벽을 넘고 윤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한남동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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