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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많게는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기록했지만 잠재 부실 여신 또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기업 대출이 늘면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이자 이익은 약 42조원까지 불어났는데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요주의(Precautionary) 여신은 총 7조1115억원으로, 전년 말(6조9920억원)보다 823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대 은행 전체 여신 중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말 0.49%로, 전년 말 0.47%에서 0.02%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들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합해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하며, 요주의 여신은 부실화 직전 단계 채권이다.
통상 1~90일 동안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잠재 부실 채권을 가리킨다. 이러한 가운데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5%에서 0.27%로 올랐다.
이에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대로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 관련 사업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부실채권을 하는 기업들의 투자 집행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은행이 3개월 이상 연체 대출을 대거 정리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20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19일 삼일PwC 기준 지난해 국내 은행은 총 8조31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이는 전년 동기 5조4300억원과 비교해서 50% 이상 늘어난 수치일 뿐 아니라 역사상 최대 규모다. 전체 매각 부실채권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에서 매각한 것이 6조4100억원으로 77%를 차지했다.
이처럼 금액이 커지면서 부실채권 인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저가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특히 타 금융권에서 발생한 것보다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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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부실채권 투자 전문사는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인수해 추후 해당 채권의 담보가 경매에서 팔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배당받는데, 은행은 보통 같은 담보에 1순위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1·2금융권 가리지 않고 부실채권 투자 전문사를 키우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에프앤아이는 매년 10~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이어 2위 사업자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에프앤아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지난해 4분기엔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에프앤아이도 2022년 설립된 후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실채권 매매가 한창 늘어나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출범 후 연간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도 부실채권 투자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 여파가 길어지자 시장에 인수자로도 참여하며 부실을 털어낼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협은 지난해 부실채권 자회사 ‘KCU NPL대부’를 세웠고, 새마을금고도 중앙회 차원의 부실채권 전문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도 관련 기업 출범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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