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반도 자유·평화·통일’ 의지 재확인
북핵 능력 동결과 ‘대북 국제제재 일부 완화’ 가능성 여부
대한민국 자체 핵무장을 공론화해야
주한 미군 주둔 비용 포괄적 국가이익과 연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충우돌이다. 국내 정책은 미국 사안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대외 정책이 문제다. 가자 지구 장악·개발 구상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행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곧 보류하고, 대 중국 관세에 이어 이젠 유럽·아시아 차례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련해 보이는 트럼프의 행보는 점입가경이다.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유럽 동맹국들도 ‘패싱’해 푸틴과 둘이서 협상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배제하는 대신, 평화유지군으로 미군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희토류 절반을 요구한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갈등을 벌인 일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국제관계의 일상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역대 미국 행정부 대부분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어도, 상대국은 자국의 이익도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는 ‘미국 일방주의’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딛고 있는 원칙인 ‘America First’는 ‘미국 우선주의’나 ‘미국 제일주의’가 아니라 ‘일방적 미국주의’다.
자국의 이익을 제일로 우선하는 것은 어느 국가, 어느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비난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존 관계를 상대국과 협의 없이 힘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파기·변경·강요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언행이나 태도가 미국민, 정확히 말해 그의 지지자들을 환호케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서 가졌던, 미국을 세계 지도국으로 받아들이게 했던 자산(資産)의 하나인 ‘신뢰’를 잃게 하고 있다. 한 번 잃게 되면 다시 회복하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중요한 가치다. 벌써 유럽 동맹국들에서 반미 소리가 울려 나온다.
갈 길 바쁜 트럼프다. 내년 11월 상·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 이전에 그는 ‘Made by Trump’를 보여주어야 한다. 권력 의지가 남다른 그가 그것을 바탕으로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동력으로 ‘트럼프 제3기’ 꿈을 펼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갈등하고 있지만, 한때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트럼프를 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존 볼턴의 주장이다. “사실 트럼프는 국가 안보 문제에 관해 ‘대전략(grand strategy)’이 없다. 그는 항상 거래와 관련된 자신의 본능을 따르며,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을 찾는다. 물론 모든 정치인은 자신의 이득을 추구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 정치는 자신의 이익에만 국한된다. 국가적 이익이 아니다. 관세이건 NATO나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이건 트럼프가 어떤 철학을 따른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실망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주변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 2025.02.12.).”
어찌 되었든 트럼프의 존재는 현실이다. 그와 마주해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보전하고 한·미 관계에 이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분단 상황, 작금의 한반도 현실에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 나아가 통일에 미국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정치가 정부가 정상화될 때까지 국민의 힘으로 버텨야 한다. 트럼프의 파고에, 격변의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가져야 하고, 정치와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원칙에 국민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관세 등 경제문제는 경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전년도에 우리 대미 무역 흑자가 600억 달러에 이른 만큼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수지균형표에 반영되지 않는, 부가가치가 일반 상품에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크고 일방적인 우리의 미국산 무기 수입분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통일과 관련해 트럼프 임기 간 우리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쟁점들을 제시해 본다.
첫째,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하고, 공개·공식적으로 발표한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트럼프의 재확인이다.
한반도의 현상 변경, 즉 통일을 보편적 가치이자 한·미·일의 중심 가치이며 체제의 근간인 ‘자유’의 확산으로 인식하느냐의 여부다. 트럼프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나마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가 여부다.
개인적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그 연장선에서 푸틴은 물론이고 김정은과 대화 재개를 원하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 김정은이 주창하는 ‘한반도 2민족·2국가론’을 근거로 ‘Two Korea Policy’를 노골화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국내의 ‘분단 분역자’, ‘반통일세력’으로부터 지지받고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미·북 ‘스몰딜(Small Deal)’, 즉 ‘북핵 능력 일부 동결’ 특히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탄(ICBM)과 같은 북핵 능력 동결과 ‘대북 국제제재 일부 완화’ 가능성 여부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 한·미·일 외무장관 회동에서 북핵 완전 폐기에 트럼프도 동의했다고 하나 지켜볼 일이다. 스몰딜 필요성이 미 전문가들 사이에 끊이지 않고, 북핵 능력 진전을 일단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 일리가 있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핵 능력의 현시점에서부터 북핵의 완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로드맵’이 우리를 포함한 관련국 간에 합의되고, 그에 대한 김정은의 명시적·공개적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스몰딜은 우리의 국익이 아니다.
우리에게 북핵 위협은 온존하고, 김정은이 언제든지 핵 능력 고도화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완전 폐기에 우리와 견해가 일치하는 일본과 함께 트럼프와 마주 앉아야 한다.
셋째,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우리는 자체 핵무장을 공론화해야 한다. 주한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우리 국익이 아니다.
주한 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김정은은 한국도 핵으로 무장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이 공히 핵무장을 한 마당에 북한만에 대한 국제제재의 부당성을 제기할 것이다. 러·중도 이를 지지하여 사실상 대북 제재는 사장될 것이다.
주한 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김정은은 이를 근거로 핵 능력 고도화에 거침이 없을 것이다. 주한 미군 핵무기는 사실상 우리의 통제 밖이다. 이 땅에 존재하나 우리 것이 아닌 핵무기로 인해, 남북한 핵 비대칭은 갈수록 커질 것이고 북핵 위협은 나날이 커질 것이다.
자체 핵무장은 바람직하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 압박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정부 협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자체 핵무장은 공론화를 넘어 결의까지 진전되어야 한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핵 능력을 가질 때까지 대한민국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핵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존중하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노력해왔다, 북핵 문제는 핵 강대국이자 NPT 체제의 중심국인 미·러·중·영·프가 해결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했다, 이들의 실패로 지금과 같은 북핵 사태에 이르렀다, 북핵 문제 해결이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은 자체 핵무장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공감대를 국내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형성해야 한다.
넷째, 주한 미군 주둔 비용 증액 요구에 대해서는 미국이 미군의 한국 주둔으로 가지는 포괄적 국가이익과 연계해 협상해야 한다.
북극에서 베링해, 오호츠크해로 내려와 동해,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거쳐 싱가포르를 지나 말라카해협, 인도양 아라비아해로 진출하기까지, 지구의 근 반 바퀴를 도는 거리에서 미국이 유일하게 대륙에 가진 전진기지가 한국에 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사활적 국가이익’이라 할 수 있다. 대륙에 미군 전력을 즉시 투사할 수 있는 육상 거점이다. 평택 미군 기지는 미국이 해외에 가진 최대의 기지다. 대북용임과 동시에 대중 및 대러 전방기지로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의미는 지대하다.
트럼프의 주둔 비용 증액 요구에 우리는 주한 미군이 우리 안보에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해 우리의 국력에 맞게 협의를 거쳐 수정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군의 한국 주둔, 한국 내 미군 기지로부터 미국이 얻는 국익을 제대로 계산하면서 미국과 협상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중·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One China Policy’를 존중해 평화적 통일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대만 분리 독립을 우리가 지지할 경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근본적으로 민족자결권 행사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나, 중국이 결단코 거부한다면 사실상 통일은 무망하다.
중국이 대만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이유로 무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반대하고 국제사회와 현상 유지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제주도가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중앙정부의 자제 요청을 거부한다면, 영토적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무력이라도 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중국이 무력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해도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은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을 용인하거나 묵인한다면, 김정은의 불장난, 무력도발을 우리가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우리는 중·대만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과 중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유엔의 헌장에도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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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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