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마이홈 장만을 상상하면서

미디어오늘 조회수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본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본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집을 사고 싶다. 오랜 욕망이다.

가난했던 시절을 보냈다. 분기점을 맞은 건 중학생 때다. 그때 부모님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주공아파트였다. 그마저도 살 형편이 안 됐다. 없는 돈을 끌어모아도 안 됐다. 결국 대출을 왕창 받았다. 겨우 겨우 입주했다. 이후 부모님 집은 세월을 먹으면서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어머니는 “이 집이라도 없으면 어쩔뻔했냐”는 말을 종종 하신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라”는 말을 했다. 돈이 부족하면 오피스텔이라도 알아보라고 했다. 나는 “엄마가 사주면 알아볼게”라고 차갑게 응수했지만, 내심 조급하기도 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에 올라타는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땐 미디어도 난리를 부렸다. TV를 틀면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소개한다든지, ‘서울 대장 아파트’를 알려줬다. 신문은 펼치면 역세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기사형 광고’라는 이름으로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개인적인 경험과 미디어의 난리법석이 버무러진 환경이었다. 나의 욕망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돈도 없으면서.

정작 집의 주거 기능과 삶의 안정 효과를 뼈저리게 느낀 것은 자취방에서 퇴거할 때였다. 자취방 인근 아파트 시세가 오르자, 집주인은 자취방 가격도 함께 대폭 올렸다. 4년을 살았던 집인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에 그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왜 어른들이 ‘내 집 마련’을 꿈꾸는지 제대로 알게 됐다.

주거공간이자 투기수단으로서의 집. 그게 솔직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집이다. 하지만 지방 상황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지방 인구가 줄고 있다. 부산시는 1995년 390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30년 만에 6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4%에 달한다. 경남지역은 또 어떤가. 18개 시군 중 11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부동산 상황을 살펴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2024년 기준 3년째 하락했고, 미분양 주택은 5347호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내 상식으로는 집 살 사람이 계속 줄어드니 집값도 하락할 것 같다. 집값 하락은 내집 마련 기회다. 하지만 ‘감가 먹는’ 집을 사기가 꺼려진다. 그럼 집값이 상승하면 좋겠냐고? 잘만 올라타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겠지만 올라탈 돈이 없다. 어찌저찌 ‘풀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고 한들 평생 빚 값는 처지가 될 테다. 갈팡질팡한 이 내 마음,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는 다양한 신화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신화는 바로 ‘부동산 우상향 신화’다. 그 배경에는 자본주의 특유의 부채 시스템이 깊이 깔려 있다. 대출받아 집을 샀을 때 시세 차익으로 이익을 남기는 사례가 계속 이어진다. 집이 곧 ‘인생 역전’을 상징하는 카드가 됐다. 하지만 부채가 누적될수록 시스템이 갑작스레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도 심심찮게 들린다.

미국의 경제사상가 하이먼 민스키는 이미 40년 전에 경고했다. 금융시스템이 스스로 거품을 키워가다 결국 붕괴 시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부채가 쌓이는 과정에서는 경기확장이 지속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붕괴가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한다. 

▲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연합뉴스
▲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연합뉴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로 규정한다. 특히 강 교수는 최근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역시 바로 이 ‘자본주의 위기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들레」에 기고한 칼럼 「내란 극복 후 만들어야 할 ‘새 세상’」에서 한국 자본은 ‘화양연화’를 지나 해가 갈수록 이윤율(수익성)이 점점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화폐물신에 중독된 정치경제 엘리트들은 물론, 사회 변화를 위한 적극적 투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은 삶의 불평불만을 ‘종북 반국가세력’에 덮어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과 권력에 도움이 안 되는 사회 인사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나선 것에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배경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계엄 사태를 자본주의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경남 하동군에 있는 강수돌 교수 자택을 직접 찾아갔다. 산자락에 있는 집이었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부글대는 나는 구태여 그것을 숨기지 않고, 되레 짓꿎게 물었다.

“당장 저부터 자본주의에 찌들린 인간인데요, 저부터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던지 말던지 할 건데….”

그는 고개를 끄덕면서도 곧바로 말했다. 

“맞아요. (세상이 바뀌는 건) 쉽지 않아요. 우리를 물고기에 비유하자면 바다에 살던 물고기가 바다가 오염되면 바다를 떠나야 하는데, 그 바다를 떠난다는 상상을 하기 어렵죠. 그렇다고 해서 이 시스템이 무조건 옳다고 믿어야 되느냐, 아니면 뭔가 문제 있다고 느낄 수 있는가? 문제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거죠. 자본주의 그물망 안에서 살지만 거기에 찌들어 살면 살수록 더 쪼달리는 거에요. 막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바뀔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상상, 판타지를 우리가 가진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죠. 그것이 100%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요.”

내게 가장 꽂힌 단어는 ‘상상’이었다. 자본주의 그물망에서 발버둥만 치던 내 모습을 반추했다. 적어도 ‘상상’은 해볼 수 있지 않는가? 실현될리 없다는 고정관념으로,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면 고인물이 썩는 이치처럼 사회도 종국에는 썩을 수밖에 없을 테다.

물론 나는 여전히 집을 사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쉽게 끊을 수 없는 욕망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상은 해야겠다. 이전에는 사회가 나 하나로 바뀌겠냐고 쉽게 냉소했다. 그렇게 체념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성장·소비·투기에만 매달려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계속 쌓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상하지 못했던 길을 상상해 볼 용기 아닐까.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이슈&팩트(243)] 제로슈거,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
  • 학생 대신 '재고 떨이'만 가득…새학기 다가왔는데 문구점들 '한숨' 이유는?[르포]
  • 곽종근 부하들도 “대통령에게서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 받았다”
  • 이번엔 세무조사까지… 업비트의 예사롭지 않은 2025년
  • 마산회원구, 개별주택 산정가격 검증
  • 거창군, 유기농복합단지 설계 구체적 윤곽 드러나

[뉴스] 공감 뉴스

  • 마산회원구, 개별주택 산정가격 검증
  • 거창군, 유기농복합단지 설계 구체적 윤곽 드러나
  • '수소로 달린다' 수소 혼입 기술, 탄소중립 앞당겨
  • 진주시, 2025년 아동친화도시 추진위ㆍ옴부즈퍼슨 위촉
  • “합천 어르신들, 만학의 꿈 이루다”
  • 21년 역사 넘어, ‘마비노기’의 새로운 도전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 “중국 택갈이라고?” 쉐보레 스파크, 10년만에 돌아와 망신 제대로
  • “찜질방, 골프장 있는 3층 대저택 소유주” 장동민, 1억 재규어 테러 당했다?
  • “사고 막는 124만원짜리 필수 옵션” 역대급 인기 누리는 스포티지 트림별 가격 따져보기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김준호♥김지민, 열애 3년 만에 결혼 "우린 라지웨딩하자"

    연예 

  • 2
    "다음 계약 위한 징검다리일 뿐" 북극곰의 충격 발언, '친정팀' 메츠와 결별 암시일까?

    스포츠 

  • 3
    [인터뷰③] ‘미키 17’ 봉준호 감독 “SF 영화? 사랑 이야기 찍어낸 게 더 뿌듯해요”

    연예 

  • 4
    “카리나 좋아한다, 사직 카리나보다 박준우라는 말이 먼저…꿇리지 않게 살자” 김태형의 남자, 화끈한 출사표[MD타이난]

    스포츠 

  • 5
    "아침에는 아직 추운데…"겨울철 면역력을 길러줄 5가지 음식

    여행맛집 

[뉴스] 인기 뉴스

  • [이슈&팩트(243)] 제로슈거,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
  • 학생 대신 '재고 떨이'만 가득…새학기 다가왔는데 문구점들 '한숨' 이유는?[르포]
  • 곽종근 부하들도 “대통령에게서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 받았다”
  • 이번엔 세무조사까지… 업비트의 예사롭지 않은 2025년
  • 마산회원구, 개별주택 산정가격 검증
  • 거창군, 유기농복합단지 설계 구체적 윤곽 드러나

지금 뜨는 뉴스

  • 1
    “214만 명이 반한 절경”… 체류형 관광지로 떠오른 해양 명소

    여행맛집 

  • 2
    김지오-BXB 하민-강연재 ‘하트 스테인’, 日라쿠텐TV 인기 1위

    연예 

  • 3
    ‘나솔사계’ 17기 상철, 데프콘도 인정한 “모범적인 결혼의 정석”

    연예 

  • 4
    ‘꼬꼬무’ 한대수 부친 한창섭, 미국 ‘브레인 워시’ 피해자? “모든 것이 수수께끼”

    연예 

  • 5
    소디엑, ‘GLOWY DAY’ 발매! 순백 왕자 VS 부드러운 남친美

    연예 

[뉴스] 추천 뉴스

  • 마산회원구, 개별주택 산정가격 검증
  • 거창군, 유기농복합단지 설계 구체적 윤곽 드러나
  • '수소로 달린다' 수소 혼입 기술, 탄소중립 앞당겨
  • 진주시, 2025년 아동친화도시 추진위ㆍ옴부즈퍼슨 위촉
  • “합천 어르신들, 만학의 꿈 이루다”
  • 21년 역사 넘어, ‘마비노기’의 새로운 도전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 “중국 택갈이라고?” 쉐보레 스파크, 10년만에 돌아와 망신 제대로
  • “찜질방, 골프장 있는 3층 대저택 소유주” 장동민, 1억 재규어 테러 당했다?
  • “사고 막는 124만원짜리 필수 옵션” 역대급 인기 누리는 스포티지 트림별 가격 따져보기

추천 뉴스

  • 1
    김준호♥김지민, 열애 3년 만에 결혼 "우린 라지웨딩하자"

    연예 

  • 2
    "다음 계약 위한 징검다리일 뿐" 북극곰의 충격 발언, '친정팀' 메츠와 결별 암시일까?

    스포츠 

  • 3
    [인터뷰③] ‘미키 17’ 봉준호 감독 “SF 영화? 사랑 이야기 찍어낸 게 더 뿌듯해요”

    연예 

  • 4
    “카리나 좋아한다, 사직 카리나보다 박준우라는 말이 먼저…꿇리지 않게 살자” 김태형의 남자, 화끈한 출사표[MD타이난]

    스포츠 

  • 5
    "아침에는 아직 추운데…"겨울철 면역력을 길러줄 5가지 음식

    여행맛집 

지금 뜨는 뉴스

  • 1
    “214만 명이 반한 절경”… 체류형 관광지로 떠오른 해양 명소

    여행맛집 

  • 2
    김지오-BXB 하민-강연재 ‘하트 스테인’, 日라쿠텐TV 인기 1위

    연예 

  • 3
    ‘나솔사계’ 17기 상철, 데프콘도 인정한 “모범적인 결혼의 정석”

    연예 

  • 4
    ‘꼬꼬무’ 한대수 부친 한창섭, 미국 ‘브레인 워시’ 피해자? “모든 것이 수수께끼”

    연예 

  • 5
    소디엑, ‘GLOWY DAY’ 발매! 순백 왕자 VS 부드러운 남친美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