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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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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자신의 책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정재훈(61)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경북행복재단 대표로 선임하고 조직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경북행복재단은 경북도가 보건·복지·청소년 등 지역사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설립한 싱크탱크다. 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가족 행복 경영 선포식’을 열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근무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재단 소재지인 경북 구미시로 내려가기 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 대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해 볼 작정”이라며 “경북행복재단에서 성과를 먼저 창출한 뒤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15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실행하고 있는 ‘가족 행복 경영’은 출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3가4사(3家4社·3일은 가정에서 4일은 회사에서)’, 근무시간 선택제(4.5일 근무), 시차 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유형의 유연·탄력근무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의 성격과 가정 여건에 따라 다양한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오랫동안 저출생 연구에 천착한 정 대표로서는 자신의 이론을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는 셈이다. 그는 쉰 살이 넘은 2015년 늦둥이 둘째를 본 초등생 학부모이기도 하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저출생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사회 문화 형성이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경력 단절과 ‘독박 육아’의 공포에서 벗어나야 출산율이 오른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저출생을 극복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지면서 1960~1990년대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했죠. 독일은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 미만)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를 ‘이행의 계곡’에 빠졌다고 부릅니다. 이때 유럽 각국마다 사회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가족 친화 경영이 자연스럽게 정착하면서 여성 고용률·출산율이 동시에 상승했습니다. 우리는 여태껏 계곡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죠.”

기업친화경영 발목 잡는 노동 관련법노동계도 경직성 벗어야

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정재훈(가운데) 경북행복재단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해 8월 열린 ‘가족 행복 경영 선포식’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북행복재단

그는 노동법이 가족 친화 경영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례로 점심시간을 30분만 사용하면 30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마련했는데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 보장’에 어긋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재단 노조도 동의했지만 상급 노조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고집해 협상이 잘 안 된다”면서 “가족 친화 경영에 기업의 자발적 참여 못지않게 노동계도 경직성을 벗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 친화 경영은 20~3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정부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그렇게 변신한 것입니다. 아이 키우기 힘든 직장이라면 기업이 애써 키운 인재들이 떠나고 입사조차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찾아올 미래입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입니다.”

유전자녀·무전무자녀아동빈곤율 OECD 최저는 저출산의 역설

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저출산 전문가의 가족친화경영 실험…“인재 붙잡으려면 선택 아닌 필수”

정 대표가 지난해 출간한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은 ‘유전유자녀·무전무자녀’라는 통설을 정면으로 거론한 화제작이다. “우리나라 아동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아이를 낳기 때문이죠. 복지 선진국인 유럽의 아동 빈곤율이 높은 건 이민자 수용, 한부모가정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역시 한부모가정의 아동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있어요.”

정부가 출산·육아 비용을 충분히 지원하면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정 대표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현금 지원은 출산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선 부부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문제는 그런 선택을 포기했거나 생각조차 없는 젊은이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출산부터 영유아기까지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긴 해요. 문제는 이런 기본적 비용보다는 사교육비 같은 ‘압박 비용’입니다. 압박 비용까지 정부가 부담할 수 없죠. 아이를 낳는 순간 엄마는 경력 단절과 ‘독박 육아’의 공포를 맞닥뜨리고 부양의 부담이 아빠의 어깨를 짓누르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청년들이 출산을 선택할까요?”

사상 초유의 저출생은 과거 압축 고도 성장의 후유증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대표는 “과거 수십 년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성장 담론은 당시의 정치적 선택이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경쟁을 낳고 피로·불안·성차별 사회로 이어진 결과 저출생의 함정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 대책은 20~30년 이상 장기 대책이 흔들림 없이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대개조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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