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같은 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19일 오후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 대표가)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18일) 밤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우리(민주당)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진보 진영은 (따로)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정책을 내지 않고 야당 발목 잡는게 일”이라며 “보수 집단이 아니다. 오죽하면 ‘범죄 정당’이라고 하겠나”라고 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고, 70년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며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또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라며 “(강령의 내용을 바꾸려면)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냐”고 따졌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발언을 취소하셔야 한다”며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거냐”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의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할 만하다”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지지했다. 그는 “우리 정치 지형이 보수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 평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더 왼쪽으로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도 있다. 그렇게 보면 민주당은 중도정당인데, 그럼에도 우리가 진보적인 지향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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