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전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고(故) 김하늘(7)양이 교사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당시 해당 학교 2층 복도와 돌봄교실, 시청각실 등에는 CCTV가 없었던 것이 드러나면서 학교 내 CCTV 확대 설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나서 CCTV 설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원들을 중심으로 교실 안까지 CCTV가 설치될 경우 인권침해, 업무과중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학교 내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30조를 살펴보면 학교 안전 대책은 각 시도 규칙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학교의 장은 CCTV 설치에 관한 사항을 비롯한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학교 내 CCTV 설치는 각 시도교육청 조례에 맞춰 운영돼 왔다.
앞서 2014년 교육부는 ‘CCTV 설치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바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 CCTV는 교문, 교사동 등에 필수로 설치되며 그 외 구역은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운용 가능하다.
다만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CCTV를 설치하려고 해도 학교의 장이 관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해야 하며 관리자 지정, 운영지침 마련 등의 추가 조치가 뒤따른다.
현재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유치원 등 교육기관에는 CCTV 설치 의무가 없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 소재 603개 초등학교에 설치된 CCTV는 총 1만5413대다. 하지만 설치된 CCTV는 정문과 복도 등만 담을 뿐 교실 내부에 설치돼 있지 않다.
실제로 김양이 살해된 학교 2층 복도와 돌봄교실, 시청각실 등에 설치된 CCTV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인 지난 10일 오후 5시 15분 김양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학교에 출동한 경찰은 경찰은 교내를 수색했으나 김양을 찾지 못했다. 학교 측과 경찰은 김양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고 끝내 김양은 김양 할머니에 의해 5시 50분경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김양을 찾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회전자청원에는 교실과 사각지대 등에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36/image-3c0cab9e-bafa-4ef2-bc32-aa3077e7f9ef.jpeg)
이 때문에 교육부는 이번 사건의 대책의 일환으로 국회, 학교 구성원과 논의해 교내 CCTV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진행된 긴급 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의 교내 CCTV 설치와 관련해 질의하자 이 부총리는 “교내의 사각지대 같은 경우 별도의 규정을 두고 CCTV가 설치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 안전에 최우선적인 방점을 두고 CCTV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고 정부 정책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 문제 등으로 교실 내 CCTV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교원들은 교사의 교수권과 학생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CCTV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본질은 CCTV 미설치가 아니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교사가 교육 현장에 별다른 제지 없이 교육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던 허술한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서울시교육청도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를 추진했으나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인권위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했더라도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지난 15~16일 교사 56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교사 76.6%가 반대했다.
전교조는 “CCTV를 설치하고 나면 CCTV 관리 및 열람 업무가 교원에게 부과된다”며 “정부 대책이 교원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안에 대한 책임을 교사 탓으로 돌리는 정책이 아닌 근본적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 논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교대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내 CCTV 설치는 사생활과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로, 특히 사각지대나 복도, 교외에 비해 교실은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생·학부모·교사 등 관계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교육부 지원으로 CCTV가 추가 설치되더라도 관리 주체를 교사로 지정할 경우 교사들은 학생 교육과 각종 행정 업무에 더해 CCTV 관리·운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며 “이는 교사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교육 지도 소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고 교사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CCTV 관리 전담 인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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