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용산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골자로 한 행정수도 이전 군불을 피우고 나섰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새 정부의 국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다. 비명계 대권 주자가 행정수도 완성 의제를 꺼내 들면서 야권 유력 잠룡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행정수도 이전은 ‘개헌’을 전제로 해야 하는 의제인 만큼, 이 대표를 겨냥한 ‘개헌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 전 지사는 18일 국회에서 민주당 강준현·김영배 의원 주최로 열린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방안과 과제’ 토론회 참석 후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끝을 달려가고 있다”며 “이제는 차근차근 탄핵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행정수도 재추진을 통한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과 초광역 지방정부 시대 개막은 지금부터 우리가 반드시 준비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를 통해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미완에 그쳤던 행정수도 완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은 ‘내란 중심지’로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됐고, 청와대로 재이전은 보안 및 경호 등 문제로 쉽지 않다는 점도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날 같은 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선 ‘행정수도 계획이 무너지면 수도권 재정비 계획과 균형발전이 전체적으로 무너지게 된다’(고 하셨다)”며 “‘결국 수도권과 지방이 각기 발목잡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했다.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지방에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키우고, 수도권을 재정비해 궁극적으로 국가통합의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 행정수도, ‘개헌론’ 압박 명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밑그림을 그렸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며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정리되며 미완의 공약이라는 꼬리표도 뒤따랐다. 이후 정치권에선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헌재의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동력을 상실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행정수도 완성론’을 다시금 꺼낸 것에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란 시선이 고개를 든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서, 야당 내 유력 주자인 이 대표가 ‘우클릭’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상속세 공제 완화’ 등 정책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을 정책으로 맞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다. 더욱이 고(故) 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인 만큼, ‘선명성’ 강조를 위해서도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선 ‘개헌 논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해 이를 고리로 개헌에 대한 압박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지사는 지난 16일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대통령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이것도 개헌 문제”라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건 이번 대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앞두고 비명계의 잰걸음이 시작된 가운데, 이 대표는 당내 ‘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3일 김 전 지사와 만남에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 오는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화해의 손길’을 건넴으로써 파열음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지난 총선 과정 등으로 빚어진 뿌리 깊은 앙금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난제다. 박용진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총선에서의 묵은 악연 이런 건 우리 민주당으로서의 숙제니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 건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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