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작년 4분기 말 기준 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수는 630만명 이상이다. 전체 가입자 중 84%는 가장 투자 위험이 적은 ‘초저위험 상품’을 택했고, 여기에 몰린 돈도 전체 적립금의 88%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런 원리금보장상품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위험 등급별 적립금 판매 비중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기존 ‘위험’ 대신 ‘투자’를 강조해 상품 명칭을 변경할 계획이다.
◇디폴트옵션 1년반만에 적립금 40조원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024년 4분기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적립금은 40조6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조5520억원)보다 219% 늘었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는 631만명으로, 32% 증가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금융 상품에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해당한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도입된 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7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현재 41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정부 승인을 받아 315개 상품을 판매·운용 중이다. 사업자별로 KB국민은행(7조7330억원), 신한은행(7조1157억원), IBK기업은행(5조6630억원), 하나은행(4조3362억원 등의 순으로 적립금이 많다.
전체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제도별로 DC제도가 334만명, IRP제도가 297만명이다. 위험등급별로는 초저위험이 533만명으로, 84.46%를 차지했다. 이어 저위험(42만명·6.6%), 중위험(33만명·5.2%), 고위험(23만명·3.6%) 등의 순이다.
연 수익률은 위험 등급별로 차이가 있었다. 1년 이상 운용된 고위험 등급의 연 수익률은 16.83%이지만, 초저위험 등급은 3.32%에 그쳤다. 저위험은 7.20%, 중위험은 11.77%다.
◇원리금보장상품 쏠림 현상 개선은 ‘숙제’
정부는 이날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취지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것인 만큼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우선 올해 공시부터 퇴직연금 사업자의 위험 등급별 적립금 비중을 공개한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품 편중 정도를 알려 가입자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1년 이상 운용된 초저위험 등급 상품과 고위험 상품의 최고 수익률은 31.87%P(포인트) 격차가 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분기마다 디폴트옵션 현황을 공시하는데 올해는 위험 등급별 적립급 비중과 수익률을 처음 공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디폴트옵션 상품 명칭도 변경한다. 상품명부터 ‘위험’이 강조된 탓에 가입자들이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인 ‘초저위험’에 집중된다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새 명칭을 통해 투자를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초저위험은 ‘안정형’, 저위험은 ‘안정투자형’, 중위험은 ‘중립투자형’, 고위험은 ‘적극투자형’으로 바꾼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입자 성향에 적합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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