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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한국은행이 낼 법인세가 작년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 등으로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급증한 결과다.
18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한은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3월 납부할 법인세 규모는 작년보다 1조원 넘게 늘어난 2조원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수익은 대부분 외화자산 운용에서 발생하는데, 지난해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해외 증시 호황으로 주식 평가액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2023년에 대기업이 낸 법인세(2022년 귀속)를 보면 삼성전자가 4조2731억원, SK하이닉스 1조6766억원, 현대차 4735억원, 기아 6858억원 등이다. 올해 한은이 2조원 안팎의 법인세를 납부한다면, 주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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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법인세는 최근 2년 간 1조원에도 못미치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은 2020~2021년 세전 당기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하며, 2년 간 2조8000억원대의 법인세를 납부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3조2964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하면서 법인세는 7512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에는 세전이익 1조8640억원, 법인세 5018억원으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한은의 결산 보고서는 오는 3월 공개된다. 다만 한은이 지난해 12월 20일 공고한 ‘11월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은의 미지급 법인세를 추정해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6조4188억원이다. 2023년 연간(1조3622억원)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12월에도 추세가 이어졌다면,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기순이익은 세전순이익에서 법인세 등을 차감한 것이다. 법인세율이 같을 경우, 당기순이익 증가를 바탕으로, 세전순이익 및 법인세가 증가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글로벌 증시 호황과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난 것이 당기순이익 증가를 주도했다.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2018년 8조8000억원에서 2019년 11조8000억원, 2020년 13조5000억원, 2021년 13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긴축 영향으로 2022년에는 3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다시 13조원이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의 영업손익 수지는 주로 외화자산 수익률과 환율, 국내 통안증권 발행금리가 결정한다. 한은은 외화자산의 대부분을 유가증권 등 투자자산으로 운용하며, 현금성자산은 5~10% 수준이다. 외화자산의 60% 가량을 미국 달러 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가 절반가까이 차지하고,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채 ▲주식 등이 각각 10%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은은 지난 1981년 정부의 공공법인에 대한 과세 방침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됐다. 1999년 이전까지는 일반법인보다 최대 15%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으나, 1999년부터 일반법인과 동일하게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한은은 법인세를 낸 다음, 세후 당기순이익 중 30%는 한은 내부적립금으로 쌓고, 1~2%를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금으로 낸다. 나머지 70%는 한은잉여금 명목으로 정부에 납입하게 된다. 정부는 이 돈을 추가경정예산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에 법인세를 면제해주면 국가 재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법인세를 기초로 하는 법인지방소득세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자체로 이전하는 지방교부세가 감소할 우려가 있지만, 세무비용 등 법인세를 계산하는데 들어가는 행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2010~2020년 세무비용은 3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은행의 법인세를 면제해줄 경우,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것이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법인세 담당자는 “공기업은 모두 법인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한은만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건 특혜나 다름 없다”며 “당분간은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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