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수도 없이 샘플을 먹어봐요. 미세한 식감과 맛의 차이가 ‘히트 상품’을 가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되면 될 때까지’ 합니다.”
김나영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이하 MD)는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세븐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MD는 2023년 10월 상온식품팀에 합류했다. 1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김 MD 만든 상품 가짓 수는 45여개다.
그의 히트 상품은 주로 밸런타인데이(2월14일)와 화이트데이(3월14일) 등 주요 이벤트 시기에 탄생하지만 그 외에도 캔디·젤리 등을 꾸준히 개발해 세븐일레븐의 매출을 책임지는 MD로서의 입지를 당당히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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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MD는 상온식품팀 내에서도 캔디와 젤리류를 담당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을 기획하고 개발, 출시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부터 MD 직무를 수행한 건 아니었다. 2021년 코리아세븐 입사 이후 대구 지역에서 점포 관리 등 현장을 책임진 김 MD는 그때부터 소비 트렌드를 직접 살피며 MD로서의 역량을 쌓아갔다.
“요즘은 다양한 디저트들이 인기를 끌면서 트렌드도 빨리 변하고 있어요. 딱딱한 식감의 캔디류의 경우에는 사실 제품에 변주를 주기에 쉽지 않아 캐릭터와의 협업이 많을 수밖에 없고요. 젤리 같은 경우는 식감과 해외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신상품이 나오는 상황이에요.”
그의 말처럼 디저트·간식류들도 눈 깜짝할 새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MD들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느냐에 따라 ‘최초 출시’ 타이틀이 붙기 때문이다. 김 MD 역시 SNS와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수시로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평소 유명 유튜버들이 어떤 제품을 먹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는 편이에요. 댓글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지난해 출시한 ‘스웨디시 스타일 젤리’가 대표적인데 디저트 크리에이터인 ‘젼언니’가 소개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실제 김 MD가 기획한 세븐일레븐 ‘스웨디시 스타일 젤리’는 지난해 12월 출시 직후 젤리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김 MD는 유명세를 탄 상품 기획뿐만 아니라 인기 캐릭터와의 단독 협업에도 집중했다. 어린이부터 성인 소비자들까지 인기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작년 11월에는 ‘캐치티니핑유기농 솜사탕’을 출시했는데 나오자마자 솜사탕 부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어요. 캐릭터 상품이 인기가 많다 보니 인기 있는 캐릭터 상품을 누가 먼저 협업에 돌입하느냐가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3월에 있을 화이트데이 상품으로는 유명 캐릭터와 협업을 이미 완료했고 사전 물량 주문도 끝난 상태에요.”
김 MD는 올해 밸런타인데이 상품에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하며 매출 상승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대비 상품 가짓 수는 줄었지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상품으로 꾸렸다. 특히 ‘랏소베어’ 캐릭터와 교육 유튜버 ‘미미미누’와의 협업 상품이 히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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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올해 밸타인데이 기획 상품의 매출(7~13일)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초콜릿은 20%, 캔디류는 20%, 젤리류는 25%나 뛰었다. 모두 김 MD의 손에서 탄생한 제품들이다. 기획 상품이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개월 정도로, 그의 노력이 소비자들에게도 그대로 통한 셈이다.
“랏소베어와 협업한 상품은 어른들도 많이 찾았어요. 작년에는 빵빵이·산리오·한교동과 협업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는 랏소베어가 주력으로 잘 팔렸어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로 제작한 게 통했죠. 단순히 캐릭터 인형만 얹는 것이 아닌 실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한 파우치·키링 등을 상품과 함께 제작하면서 3040 세대들의 구매로 이어진 것 같아요.”
캐릭터와 협업이라고 해서 상품의 본질인 ‘맛’을 포기한 건 아니다. 인기 상품을 좌우하는 건 단연 ‘맛’이기 때문이다. 샘플을 먹을 때마다 부족한 식감과 맛을 잡아내는 것도 식품 MD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꼽힌다. 그만큼 김 MD에게 샘플 시식은 일상이 됐다.
“신제품이 나오면 우선 먹어봐요. 사무실 제 자리 앞에도 과자랑 젤리들이 수북이 쌓여있어요. 하나의 상품 전까지 몰드부터 패키지, 맛 등을 파트너사와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해 샘플을 완성하는데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시도해요. 하도 먹어서 살이 찔 정도죠.”
김 MD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끊임없이 맛을 보고 제조 및 유통 과정도 직접 살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개발 전 많은 제조업체를 만나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김 MD. 그는 스스로 MD가 천직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허니버터칩 구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허니버터칩 하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기억이 있어요. 한 봉지를 친구와 나눠먹으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MD가 된 이후에도 그 정도의 인기 상품을 탄생시키고 싶은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상품 기획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트렌드를 파악하고 거래처와 통화를 수없이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젤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앞으로도 편의점들의 디저트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년 동안 편의점에서만 두바이초콜렛·양갱·마카롱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이 나왔던 만큼 올해도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어떤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미지수지만 김 MD는 당장은 스웨디시젤리의 열풍이 비건 등 건강 젤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젤리를 자신이 가장 먼저 개발하고 싶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최근엔 비건 인증을 받은 젤리들이 인기인데 저도 스웨디시 젤리에 이은 히트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디저트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지만 제가 더 부지런히 뛰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상품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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