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건설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AI 기술 활용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품질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등 데이터 윤리 문제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와 보안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17일 브리프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딥시크(DeepSeek)와 같이 과도한 이용자 정보 수집과 중립적이지 않은 답변 생성 결과를 내놓은 AI가 등장해 개인정보 보호, AI의 윤리적 규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 AI 기술로 변화하는 건설현장… 데이터 기반 업무 혁신
최근 건설사들은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산연에 따르면, 현재 건설현장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AI 기반 스마트 기술은 △건설정보모델링(BIM) △건설 드론 △건설 로봇 및 자동화 시스템 등이다.
현대건설은 BIM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코오롱 글로벌은 BIM 기술을 기반으로 철근공사 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철근의 배치 및 형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공사를 진행 중에도 누락과 오시공 가능성을 검사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드론촬영과 Vision AI 기능을 접목한 AI균열 이미지 분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을 사용하는 건설사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 분야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술혁신을 위해선 모델 재학습을 위한 고품질 데이터의 확보와 정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건산연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건설분야 AI 활용을 위해선 건설데이터 수집 전략 및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데이터 품질이 AI 정확도 좌우… 프로젝트 단계별 체계적 관리 필요
AI 기술이 건설현장에 도입되는 만큼 정확하고 안전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품질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건산연에 따르면 AI 기술을 활용한 건설 프로젝트 업무 혁신을 위해선 건설 분야에 특화된 생성형 AI 모델이 필요하다. AI 모델 학습 또는 조정을 위해선 △고품질의 설계도면 △시공 기록 △유지보수 데이터 △비용·공기·안전·품질 관리 등의 데이터셋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프로젝트는 외부 현장에서 복잡한 자재·장비·인력이 투입되고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도면 △3D모델 △현장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가 혼재된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전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분산돼 관리될 경우 중복 데이터가 발생하고 갱신되지 않은 오류 데이터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데이터 관리 규정이 불명확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유실되거나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보안 취약에 따라 데이터 유출 위험이 커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게 해 공사비 과다 산정, 공기 지연, 안전사고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AI 기술 발전 이면… 건설 데이터 수집 및 관리 방안 필요해
AI 기술 발전 이면에는 보안 리스크도 존재한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있다. 딥시크의 과도한 이용자 정보 수집과 중립적이지 않은 답변 생성 결과 등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산연 측에 따르면 딥시크에선 계정을 생성하고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 계정별로 △사용자 입력 데이터 △업로드 파일 △답변 피드백 △IP 정보 △고유 장치 식별자 쿠키 등이 수집된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장치 △운영체제 △키보드 입력 정보 등 기술적 정보들도 수집된다. 무엇보다 중국의 데이터 보안법상 중국 정부의 필요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열람 요청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에 민감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일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확인된 바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지난 5일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자원통상부 등 정부기관에서 딥시크의 사용을 차단했으며, 최근 GS건설도 건설기업 최초로 딥시크를 차단했다. 이를 넘어서 1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예 딥시크 앱의 국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산연 측은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선 윤리적 학습과 품질 관리를 책임지는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건산연 측은 “특히 생성형 AI는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설계될 수 있다”며 “잘못된 건설데이터를 학습시킬 경우 △설계 오류 전파 △시공 과정의 위험 요소 증가 △부정확한 공사비·공기 예측 △건설 법규 미준수 문제 발생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 프로젝트 데이터는 건설 작업자의 개인정보와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며, 딥시크의 웹버전 사용 시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면 주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어 철저한 보안과 윤리적 AI 활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산연은 여러 논란 속에도 딥시크는 높은 개발비용으로 인한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진입을 주저하던 국가 및 기업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건산연 측은 “빅테크 기업 외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건산연 측은 “데이터 보호와 AI 윤리적 학습 품질 관리를 책임질 전담 담당자를 건설 관련 기관·기업 내에 지정하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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