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 시도가 결국 대한민국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유정복 인천시장)
“5개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오세훈 서울시장)
‘지방분권형 개헌’이 정국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헌을 의제 삼아 세력화에 나섰다. 시도지사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공감대가 쌓이고 있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온도 차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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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시도지사협의회 자료를 보면 내달 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선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하는 헌법 개정안과 지방자치 발전 방안이 논의된다.
국정 안정 해법으로 유 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불을 붙였다. 지난달 13일 시도지사협의회장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 시장은 “대통령과 국회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문제가 정치 불안정, 정국 불안을 가져온 요인”이라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정치권과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방분권형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어 “대통령에겐 외교·안보·국방에 관한 권한만 남겨놓고 내치 권한을 광역화한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여당 소속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나란히 지방분권형 개헌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각론에선 시각차가 두드러진다. 분권 방향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일극 체제 하에선 지방 발전 에너지가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전국을 5개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누는 ‘5대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지난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제안한 ‘준연방제’ 개헌과도 일맥상통한다.
반면 유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이뤄지는 개헌”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같은 나라들과 우리는 정치 환경이 다르고, 남북이 분단된 안보 상황도 있어서 연방제까지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런 주장들에 선을 그었다.
시도지사협의회 개헌안 작업에 참여해온 이기우 인하대 명예교수는 “지방정부 입법권을 강화해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하고,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재정권을 지방이 갖도록 하는 게 지방분권형 개헌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개헌론 이면에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물밑 경쟁도 읽힌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곧바로 조기 대선 정국이 열린다. 현역 광역단체장은 사퇴하지 않고도 당내 경선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오 시장은 개헌 토론회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을 대거 초청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정국에서 헌법 개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명예교수는 “2017년 탄핵 정국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개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권력 집중 때문에 부패와 무책임, 무능이 되풀이된다. 개헌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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