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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행정업무 경감을 추진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경감이 아니라 분리가 정답입니다.”
역대 첫 30대이자 최연소 회장으로 당선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행정업무에 매몰된 교사가 아니라 교육과 연구,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교사를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업무 완전 분리는 강 회장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취임 이후에도 행정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유는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때 학교가 바로 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교사 시절 연 200건의 행정 관련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다. 연 법정 수업 일수가 190일 이상이니 사실상 하루에 1건 이상 행정업무를 한 셈이다. 강 회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수의 교사들도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현재 교사들은 교육 본질인 수업, 생활지도, 상담 외에 인력 채용, 품의 계약, 구매 정산, 시설 안전, 환경 위생 등 온갖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며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한국 교원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과 지침에 ‘비본질적 행정업무는 교원이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며 “행정외청 수준의 교육청 전담기구를 둬 이관‧폐지할 행정업무를 발굴하고, 교육청을 포함해 지자체·경찰청 등으로 과감히 이관‧폐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들은 모두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삽니다’는 40대 교총 회장단의 슬로건과 맞닿아 있다. 취임 이후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로 힘들어하는 선생님 등을 직접 찾아가 고충을 듣고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성과도 내놓았다. 지난달 중순 38대 교총 회장을 역임한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단 한 번의 악성 민원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명시한 내용이 주요 골자인 교원지위법과 경찰이 무혐의 판단한 아동학대 신고 건은 검사에 불송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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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정당한 생활지도의 경우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교원들은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후속적인 교권 입법이 필요했고, 정 의원님과 개정안 성안부터 발의까지 함께 협력했다”고 밝혔다.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을 찾아가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교원보호119팀’ 가동도 준비 중이다. 직제 개편을 마쳤고, 추후 공모를 통해 119위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교사 지원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다른 교원단체와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이미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에 상설협의체 제안을 했으며,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도 만날 계획이다.
강 회장은 “지금 선생님들은 너무 힘들다.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교원 단체-노조가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학생 교육과 선생님을 위하는 일에 이념, 진영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교사 개인의 권리가 아닌 학교를 위해 교권 보호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만큼, 강 회장은 교사가 잘못을 했을 때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10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고(故) 김하늘 양 피살 사건과 관련 강 회장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교사들의 권리 못지 않게 책임도 중요하다. 학생 안전을 위해 문제 있는 교사들을 걸러내는 시스템 마련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임기 내 교총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총 종합교육연수원을 더 강화해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경제교육을 받고 싶다는 교사들이 많은 만큼, 경제 연수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더 많은 대상이 참여하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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