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새마을시장 고객지원센터. 주차 공간 뒤편에 있는 유리는 문이 아니라 창(窓)이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건물 왼편에 있는데, 하얀 종이에 ‘외부인 출입금지 CCTV 촬영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정석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44ccd8ff-f830-4ac0-b943-930967c3cc72.jpeg)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새마을시장 인근 고객지원센터. 지상 3층 건물인 이 센터는 송파구가 예산 17억원을 들여 지난 2022년에 지었다.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화장실과 쉼터를 마련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일 조선비즈 기자가 이 곳을 방문했더니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건물 정면에 문처럼 보이는 유리는 열리지 않는 창(窓)이고, 차단봉으로 막혀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건물 왼편에 있었지만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이 건물 1층엔 고객지원센터, 2층엔 고객쉼터와 상인회사무실, 3층엔 교육장과 회의실이 있다고 했는데 정작 고객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었다. 화장실도 고객에 개방되지 않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송파구 직원이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받은 온누리상품권을 은행에 입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 만난 최모(34)씨는 “고객지원센터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562fc54e-6bcf-448b-b1da-8df64ce76438.jpeg)
◇서울 전통시장 58곳에 고객지원센터… 예산 844억원 들어가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등록된 전통시장 398개 중 작년 말 기준 58곳에 고객지원센터가 지어져 있다. 지금까지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58곳을 짓는 데 투입된 예산은 844억원이다.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낡은 시설을 개선하고 고객 편의 시설을 마련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비는 통상 90%는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10%는 상인회가 부담한다. 이 가운데 고객지원센터 건립 비용은 전액 예산으로 충당된다.
서울 내 58개 전통시장에 설치된 고객지원센터 중 가장 많이 돈이 들어간 곳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고분다리전통시장이다. 이곳에는 원래 2층짜리 주택과 상업시설이 있었는데, 강동구는 2015년 1000㎡ 면적의 이 땅을 매입하고 26면 규모의 공용 주차장을 만들었다. 한 켠에 지은 연면적 76㎡ 크기의 2층짜리 건물이 고객지원센터다. 이 시설을 만드는 데 총 65억원이 들어갔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 고객지원센터. /정두용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bc8b7904-1b5f-4949-b8f9-1a7d5429cf17.jpeg)
◇고객은 모르는 고객지원센터… 화장실 개방도 안하고, 쉼터 운영도 안하고
서울시에 따르면 이렇게 지어진 고객지원센터는 소유권은 자치구에 있지만 운영은 전통시장 상인회에 위탁돼 있다.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나 휴식 공간으로 운영돼야 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고객 편의를 도모한다는 애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진 고객지원센터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시설 중 공용화장실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쉼터나 다목적실이 만들어졌지만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고객지원센터를 ‘상인회 건물’이나 ‘공용화장실이 있는 곳’ 정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을 찾은 고객들도 그런 시설이 있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구로시장에서는 2018년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주차장 부대 건물을 고객지원센터로 지정한 뒤 1년 만에 1억3000만원을 더 투입해 3층을 증축했다. 당시 구로구는 증축한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과 상인들을 위한 다목적실’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상인회 회의실로 쓰이고 있었다. 1층 공용화장실을 제외하면 건물 전체를 상인회만 사용하는 셈이다.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사랑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 내부 모습. 시장 사업단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창고처럼 물건이 쌓인 채 문이 잠겨있었다. /김정은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1ebd79f2-b44d-42a7-8da0-100b919cc713.jpeg)
남구로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문화 수업 등의 공간으로 3층을 가끔 활용하긴 하지만 주로 상인회가 회의할 때 쓴다”며 “주변 주민들이 이용하진 않는다”고 했다. 한 상인도 “건물 이름이 ‘고객지원센터’이긴 하지만 시장을 찾은 손님이 쓸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다”고 했다. 남구로시장 인근에서 살고 있는 이모(32)씨도 “이익집단인 상인회를 위해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고객센터는 4개 층 규모다. 1층은 고객 편의시설, 2층은 상인회, 3층은 디지털전통시장 사업단, 4층은 공유주방이 입주해 있다. 상인회 측은 1층 고객편의시설에서는 ‘떡 축제’ 등 상인회 주최 행사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천시장을 오래 다닌 인근 주민 이모(83)씨는 “고객지원센터라는 게 있었나,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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