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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K컬처]④韓서 사라져가는 ‘기사식당’을 뉴욕서 선보인 ‘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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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오징어 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한류 팬을 양산했다.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탄생한 독특한 산업과 라이프스타일도 해외로 널리 전파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이러한 세계 속 K컬처를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기사 식당’은 택시 기사 등 각종 운전기사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노변(路邊) 식당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반찬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기사식당은 수십 년간 밤낮없이 도시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져 왔지만, 운영하던 사장들이 은퇴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격 면에서 값싼 편의점 음식과 경쟁하기 어렵고, ‘한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 탓에 낮은 가격을 강요받으면서 새롭게 창업하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기사 식당이 한국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그 가치를 해외에서 되살리려는 시도가 있다. 데이비드 준우 윤(윤준우) 대표는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기사(Kisa) 식당을 선보였다. ‘동남 사거리 기사식당’이란 한글 간판을 내건 Kisa는 정통 한국 음식을 판매한다. 불고기, 돼지불백, 오징어 볶음, 비빔밥 등의 메인 메뉴를 여덟 가지 밑반찬과 함께 내놓는다. Kisa는 오픈 직후 뉴욕타임스(NYT)와 이터 뉴욕(Eater NY) 등 현지 매체에 소개되며 ‘뉴요커’들이 줄 서는 식당이 됐다. 조선비즈는 윤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Kisa의 백반. 불고기, 돼지불백, 오징어 볶음, 비빔밥 등의 메인 디쉬와 여덟 가지 제철 반찬이 함께 나온다. / Kisa 제공
Kisa의 백반. 불고기, 돼지불백, 오징어 볶음, 비빔밥 등의 메인 디쉬와 여덟 가지 제철 반찬이 함께 나온다. / Kisa 제공

◇ ‘퓨전 한식당’ 대표가 ‘전통 한식’을 선보인 이유

Kisa는 요식업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윤 대표가 한식에 대한 애정을 담아 창업한 식당이다. 윤 대표는 대학생 시절인 2010년 초반 가수 박진영씨가 맨해튼에 오픈한 한식당 ‘크리스탈벨리(Kristalbelli)’에서 서버로 일하기 시작해 이벤트 매니저, 바 매니저, 식당 총괄 매니저 등을 거쳤다. 이후 요식업이 본인과 잘 맞는다는 확신이 생긴 그는 지난 2022년 맨해튼에 남부식 미국 음식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레스토랑 ‘씨 애즈 인 찰리(C as in Charlie)’를 오픈했다. ‘씨 애즈 인 찰리’는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팝콘 치킨 등의 퓨전 음식으로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가성비 식당)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씨 애즈 인 찰리’를 운영하던 중 한 외국인 손님으로부터 ‘한국 음식은 처음인데, 너무 맛있다’는 칭찬을 들었고, 이 경험이 Kisa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씨 애즈 인 찰리’의 음식은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한국인들이 전통적인 한식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메뉴들이었다”면서 “한국 음식과 문화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여전히 한식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표는 두 번째 레스토랑에서는 전통 한국 음식을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Kisa를 통해 한국의 노포(老鋪 ) 스타일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 차세대 레스토랑 경영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캐주얼 한식을 운영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이유는 단순하다. 파스타 한 접시에 2~3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여겨지지만, 밥 한 공기에 국과 메인 요리, 반찬까지 나오는 한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Kisa가 전통 한식의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담아 사업을 시작했다.

데이비드 준우 윤(윤준우) Kisa 대표 / Kisa 제공
데이비드 준우 윤(윤준우) Kisa 대표 / Kisa 제공

한국의 기사 식당은 지역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뷔페식으로 운영되거나 김치찌개나 돈까스 전문점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Kisa는 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파는 ‘백반집’ 형식이다. 윤 대표는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반찬 문화라고 생각했다”면서 “메인 디쉬는 최소한으로 구성하되, 계절에 따라 1년에 최소 네 번은 반찬이 바뀌도록 운영해 ‘제철 음식’ 개념이 희미한 미국에서 한국의 제철 반찬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찬으로 제공되는 청포묵 등은 현지인에게 낯선 음식이지만, 윤 대표는 한국 음식을 있는 그대로 선보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대 기사 식당 재현, 한국의 ‘정(情)‘도 담아

Kisa를 찾은 손님들은 ‘잠시 한국에 온 듯하다’라는 평가를 많이 한다. 윤 대표가 Kisa 곳곳에 한국적인 디테일을 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음식은 마치 할머니 집에서 보던 동그란 쟁반에 담겨 나오고, 오래된 브라운관 TV에서는 ‘한국인의 밥상’이나 90년대 뉴스가 재생된다. 벽에는 ‘복을 부른다’는 속설이 있는 한국 은행 달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벽걸이 선풍기가 걸려 있다. 한국산 재료는 ‘한국산’, 미국산 재료는 ‘국내산’으로 표기한 원산지 표시판도 한국 식당에서나 볼 법한 디테일이다.

뉴욕식 ‘환대(Hospitality)’에 한국 특유의 ‘정(精)’ 문화를 더한 것도 Kisa만의 특징이다. Kisa는 식사를 마친 손님이 레스토랑을 나가면서 한국 믹스커피와 율무차를 뽑아 마실 수 있도록 출입구에 커피 자판기를 뒀다. 윤 대표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테일이 커피 자판기”라며 “한국에서는 익숙한 서비스지만, 뉴욕에서는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 많은 손님이 줄을 서서 커피를 뽑아 간다”고 말했다. Kisa는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 초를 꽂은 초코파이를 건네 축하하거나, 예약 내역을 확인해 재방문한 손님에게는 직원들이 ‘다시 오셔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한다.

Kisa 내부 모습. 향수를 부르는 벽걸이 선풍기 등 곳곳에 한국적 디테일이 녹아 있다. / Kisa 제공
Kisa 내부 모습. 향수를 부르는 벽걸이 선풍기 등 곳곳에 한국적 디테일이 녹아 있다. / Kisa 제공
윤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Kisa 팀의 모습 / Kisa 제공
윤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Kisa 팀의 모습 / Kisa 제공

한국의 전통을 그대로 뉴욕에 가져온 Kisa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1980년대 한국의 기사식당을 재현한 Kisa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바이럴(입소문)되며 꾸준히 높은 방문자 수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문객의 70% 이상이 한국인에서 뉴욕 현지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Kisa는 단순한 식당을 넘어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 됐다”면서 “자랑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공간이 모든 손님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직원 트레이닝도 철저히 진행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직원들이 한국 술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거나, 한국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윤 대표는 당분간 Kisa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서비스와 운영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어 손님들에게 더욱 완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운영 초기에 긴 줄을 서야 했던 손님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현재는 일정 비율의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Kisa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한식당을 넘어 뉴욕을 대표하는 호스피탈리티 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요식업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사명감 있는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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