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야권 소수 이사들이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로 이뤄진 일부 이사진 임명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송법 개정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3일 KBS 제12기 이사회 소수 이사들이 낸 제13기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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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소송을 제기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온 이번 판결에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특히 재판부가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방통위의 불법적 추천 행위는 절차적 하자에 불과하고, 대통령 임명권의 넓은 재량을 고려하면 임명을 무효화 할 만큼 중대한 법규 위반이 있어 단정할 수 없다고 본 부분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같은 재판부이면서도 MBC 방문진 이사 선임에서 인정했던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KBS 사례에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인 위원으로 방통위원장에 부여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며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지만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MBC와 달리,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KBS에 대해서는 폭넓게 재량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BS본부는 “이번 판결은 합의제 의결기구인 방통위에 공영방송 KBS 이사진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명시한 방송법 제46조 3항의 취지를 간과한 것”이라며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합의제 의결기구인 방통위에게 추천권을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하도록 하기 위함”이라 지적했다.
KBS본부는 “판결은 대통령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방통위의 이사 추천 과정에서의 문제를 단순한 절차적 하자로 치부했다”며 “판결에 따르자면, 방통위는 앞으로 이사 공모없이 짬짜미로 아무렇게나 이사를 추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공모로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바꾸겠다는 인물을 추천하더라도 문제없다는 판결”이라 전했다.
“방통위 ‘재판부 기피신청’ 5개월 시간 끌기에 재판부가 굴복”
관련 재판이 방통위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반년가량 지연된 가운데, 새 이사진 임기가 이미 5개월여 경과한 점도 기각 사유 중 하나로 언급됐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재판부는 신임 이사들과 관련해 “그 직무를 수행한지도 약 5개월 이상 경과하여 그 사이 이 사건 임명 처분 등에 의해 구성된 이사회가 한국방송공사에 관한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신청인 조숙현의 한국방송공사 이사로서의 지위와 직무수행권을 긴급히 회복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결국 행정부가 사법 신뢰를 무시하면서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5개월 동안 시간 끌기를 한 것에 재판부가 굴복한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행정 사건에서 이같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통해 가처분 사건을 무력화시킬 길이 열린 것”이라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재판부에 대해 근거 없는 공정성 시비를 걸어, 무자격 이사들이 공영방송을 망가뜨릴 시간을 번 방통위에 대해 철퇴를 내려도 모자랄 재판부가, 이미 5개월 동안 이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피해 회복의 필요성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며 “이번 판결은 공영방송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대통령이 좌지우지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라 전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영방송이 대통령에게 마음대로 휘둘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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