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때 국내 대기업그룹 시가총액 순위 5위였던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 10위로 떨어지다가 지난해에는 19위로 급락했다. 이러한 배경에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2년부터 계열사들이 수차례 자금을 지원하고, 2023년에는 금융권에서 추가로 1조5000억원을 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의 신용도는 하락하고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23년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13%에 달하는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금리는 시장에서 롯데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이후 금리를 조정했지만 여전히 10% 수준의 고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몇 년간 이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자금 조달 실패, 계열사들의 반복적인 지원 등으로 신용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롯데 계열사들의 지원은 한계에 달하는 모습이고, 최근에는 중단되는 공사 현장이 많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해 말 부산 8곳, 울산 6곳, 경남 4곳 등 총 18개 건설 현장에서 갑자기 공사가 중단됐다. 회사 측은 “연말 휴무”라는 입장이지만, 하도급 업체들은 “어떠한 사전 통보도 없었다”,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재건축·리모델링 현장에서는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2017년 8월 공사비 3726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던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2023년 5월 5909억 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조합측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촌르엘(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서도 3.3㎡당 공사비를 542만 원에서 926만 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조합과 협의가 안되어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걸었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지분 56.2%(1조6000억원)와 롯데호텔 3곳(6000억원)을 매각하고,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등 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계열사 지원과 자산 매각 등 임시방편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또 올해 초 73명의 채권시장 전문가 대상 한 설문조사에서 93%가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우려되는 기업으로 롯데건설이 지목되기도 했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고금리 차입과 계열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 경기는 지속해서 위축되고 있고, 롯데건설이 단기간에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단순히 롯데건설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된 유동성 위기는 롯데그룹 전반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속된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이 217%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공사 중단과 자산 매각 등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건설은 그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3조원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업장의 착공과 분양 일정을 앞당기면서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해 급한 불을 끄면서 기존 조직의 틀을 벗어난 각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신속한 의사결정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어지러운 정국 속에 부동산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으로 올해 롯데건설의 이 같은 전략이 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그룹이 놓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지난달 9일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CM)에서 신 회장은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해”였다고 평가하며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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