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을 진행한 헌법재판소가 변론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14일 경향신문은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검찰 내부에 헌재를 일제강점기 일본 법원보다 못하다고 문제 삼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궤변과 망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 감찰을 주문했다. 막바지에 이른 탄핵심판에 14일 일부 아침신문은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8차 변론에서 나온 증언에 신문들 보도도 갈렸다.
“일제 순사보다 못한 현직 검사장, 응분 책임 지라”
헌재는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마친 뒤 “오는 18일 9차 변론을 열고 지금까지의 주장과 입증을 정리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경향신문은 「윤석열이 안중근인가, 일제 순사보다 못한 현직 검사장」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을 직접 겨냥한 사설이다.
이 지검장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재판받을 당시 1시간30분 최후 진술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일제) 재판부는 안 의사가 스스로 ‘할 말을 다 하였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할 때까지 주장을 경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헌재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며 “헌재가 반헌법적·불법적 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 지검장의 궤변과 망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현직 지검장이라는 자의 가치 판단과 역사 인식 수준이 일제강점기 순사보다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제 원흉을 사살한 뒤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진 독립운동가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고 거짓말로 면피하려는 내란 수괴를 동급에 올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까지 총 1만4000자를 발언했고, 재판 과정에선 “군인이 시민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이었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육성까지 나왔다.
경향신문은 “일본 법원이 안 의사 재판을 공정하게 했다는 건 전형적 일제 논리”라며 “안 의사는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1910년 2월7일부터 14일까지 6회에 걸쳐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재판은 안 의사가 ‘판사도 일본인, 검사도 일본인, 변호사도 일본인, 통역관도 일본인, 방청인도 일본인. 이야말로 벙어리 연설회냐 귀머거리 방청이냐. 이러한 때에 설명해서 무엇하랴’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14일 마지막 공판에서 일제의 각본대로 사형이 선고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단순히 공무원의 정치중립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공격하고 일제 사법부를 찬양한 이 지검장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법무부는 이 지검장을 감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국회 무력화 시도 뒷받침 증언 나와”
이날 신문들은 8차 변론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망발과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한 통화을 두고 “격려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하고, 국회 봉쇄에 나선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두고는 “칭찬받아야 한다”고 망발을 했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이 12·3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이를 1면 보도 제목으로 뽑았다. 국민일보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 핵심 쟁점인 ‘국회 무력화’ 시도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온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끌어내라’ 지시 대상이 의원이라는 점도 더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동아, 조태용-김건희 문자 보도…조선은 “메모가 거짓” 주장만
8차 변론에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계엄 선포를 전후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경질 건의한 이유로 계엄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통화’를 권한 점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밝힌 가운데, 국회 측 대리인단이 그가 대통령 배우자와 소통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조 원장은 문자 내용을 두고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한편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를 두고 “거짓이라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홍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는데, 그가 메모를 작성했다고 밝힌 시점인 밤 11시6분께 청사 내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이에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구체적 시간은 틀릴 수 있지만, 조 원장이 핵심 사실은 쏙 빼고 말하고 있다”며 “행적을 CCTV로 추적했다면 11시 6분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알지 않겠나. 조 원장의 공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장면이 담긴 CCTV도 확인하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이들 조 원장의 증언을 모두 1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메모가 거짓’이라는 증언만 1면과 3면에 보도한 뒤 관련 사설로 강조하고 김건희 여사와 계엄 전후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일부 신문은 재차 사설을 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탄핵 필요성을 판단할 근거는 충분히 제시됐다. 변론기일마다 추가되는 건 윤 대통령의 궤변뿐”이라며 “헌재는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13일 진행된 8차 변론기일을 두고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이에 수반한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물증과 증언이 차고 넘치는데도 윤 대통령은 거짓말과 궤변으로 국민과 헌재를 농락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은 이런 위헌·불법을 저지른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더 수행하게 놔둬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라며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이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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