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發 비판·비난 논평 등 상당수가
주어만 바꾸면 반박 논리 성립되는 아이러니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하면서 취재를 하다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일이 많다. 어느 한 가지 논란에 대해 민주당에서 나온 발언의 주어만 바꿔 놓으면 반대 논리가 성립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헛발질이나 자충수라는 수식어가 공연히 따라 붙는 이유이기도 한데, 2월 둘째주만 해도 이런 사례가 빈번하다.
◇ 탄핵 찬반 집회 ‘참석 자격’ 놓고 갸우뚱
민주당에 따라 붙는 여러 수식어 중 대표적 하나는 ‘내로남불’이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이틀간 동대구역에서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애국가를 부른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겨냥해 ‘지방공무원법 위반’을 거론하며 고발 방침을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정치 행위가 금지된 고위 공무원임에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거센 뭇매에 이 지사는 곧장 애국가를 제창한 자신의 사진과 지난 2016년 10월 29일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서울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 청계광장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주장, ‘이철우 경북지사 동대구역 국가비상기도회, 애국가 제창’ 누가 정치중립 위반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치중립 위반 논란의 주어를 이철우와 이재명을 바꾸자 반박 논리가 성립된 셈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법률위원회에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 고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 ‘영치금’ 문제로 갸우뚱
영치금 논란도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구속된 피의자 30여명에게 영치금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여전히 거리에서 국민과 국가기관을 위협하는 폭도들을 대상으로 폭동을 더 일으키라고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너무도 억울한 김용! 응원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지난 8일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조금만 더 힘내라! 김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진과 영치금 계좌가 적힌 포스터가 게재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부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추징금 6700만원을 선고 받고 다시 법정구속됐다.
지지자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댓글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의 영치금 계좌 한도는 이미 초과된 것으로 보인다. 이 포스터는 이 대표의 특보를 지냈고, 현재 경기도 화성을 지역위원장이며,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먹사니즘’에 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당 인사의 페이스북에도 그대로 게재돼 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가 직접 답하라”고 촉구한다. 서부지법 소요사태 가담자들에 영치금을 낸 김 전 국방장관을 비난하는 민주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민주당 일각의 영치금 모금 독려 운동에 어떤 입장을 낼 지 궁금하다.
◇ ‘국민 눈높이’ 기준에 갸우뚱
민주당이 연일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에 대해서도 고개는 갸우뚱 해진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을 인용해 국민의힘을 역공하는 민주당인데, 정작 이 대표가 지난 4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데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어서다.
줄곧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민주당이 일반적인 국민 시각에서 ‘고의적 재판 지연’이라는 오해를 살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내란 동조세력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뻔뻔한 말 바꾸기, 노골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민주당이 다음엔 또 어떤 내용으로 반대 논리에 직면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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