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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서울경제 조회수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이 인터뷰에 앞서 기지개를 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전체 청년의 약 5%인 54만 명. 보건복지부가 2023년 처음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를 통해 추산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 숫자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입시난, 취업난, 가족 불화·해체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는 고립·은둔 청년은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첫 실태 조사에 이어 지난해 가을 인천 등 광역자치단체 4곳에 이들의 사회 복귀와 자립을 돕는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사업 모델의 원조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4년 전 성북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지난해 9월 서울 대학로 인근에 ‘서울청년기지개센터’ 문을 열었다.

11일 만난 김주희 센터장은 23년 경력의 베테랑 사회복지사이지만 “아직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며 몸을 낮췄다. 김 센터장은 4년 전 시범사업 때부터 관련 업무를 총괄해 청년 고립·은둔 문제를 최일선에서 맞닥뜨린 현장 사령탑이다. 그는 “국내 1호 전담 기관이다 보니 여러 자치단체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는다”면서 “그때마다 ‘귀담아 듣고 보듬어주고 응원해주세요’라는 원론적 조언을 할 뿐 딱히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을 대하는 원칙이나 운영의 모토는 분명히 밝혔다. 김 센터장이 도움을 청하는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말은 “잘 못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문제없어. 빠르게 하지 않아도 돼. 너만의 속도로 가면 된다”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정반대로 말하는 편이죠. 여기는 ‘너를 위한 곳이야’ ‘어려울 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오고 싶을 때만 와도 돼’라고 말하면 위안을 받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독·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청년 보듬는 게 제 역할변화 계기와 기회 제공

김 센터장은 지난해 센터 개관 전후 적지 않은 신청자 접수 결과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1000여 명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와서 오겠다는 문의도 있었어요. 신청했다는 것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그동안 온갖 몸부림을 쳤다는 것이죠. 탈고립·탈은둔이 싫어서가 아니라 벗어날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그들이 ‘홀로서기’를 바라기보다는 ‘함께 서기’에 사회가 나서야 하는 것이죠.”

김 센터장은 “신청자 가운데 일부는 용기를 내지 못해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며 “이들에게는 온라인 프로그램 활용을 유도했는데 호응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묻자 “아주 초보적인 것부터 한다. 가령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온라인에 올리기, 외출 후 휴대폰 사진 찍어 올리기 같은 것부터 시작한다”며 “무관심한 듯하지만 다른 청년들이 하는 것을 보더니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긍정적 신호”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는 청년의 사회 복귀지만 그 전에 용기를 내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심리·정서 안정을 공통 프로그램으로 삼되 일상 회복부터 관계망 형성, 사회 진입까지 3단계에 걸쳐 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임상심리사와 청소년상담사·정신보건사회복지사·청소년지도사 등 각 분야의 매니저 직원 26명이 배치돼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가 운영에 들어간 지 5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쏠쏠한 성과도 나왔다. 참여 청년 870여 명 가운데 160여 명은 일상 회복 수준을 넘어 세상으로 복귀해 직업훈련을 받거나 취업 또는 진학했거나 예정인 상황. 김 센터장은 “청년들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얼굴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얼굴도 못 들고 인상 찌푸렸던 청년이 몇 번 방문한 뒤 미소 짓거나 가볍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죠.”

과잉 경쟁 사회의 그늘 …고스펙고립·은둔 청년도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천천히 가도, 실패해도 괜찮아…여기는 너를 위한 곳’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 센터장은 위기의 청년 문제를 개인 차원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과열 입시 경쟁과 심각한 취업난, 과도한 능력주의 등에 의해 고립과 은둔으로 내몰린다는 설명이다.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의 과거보다 훨씬 팍팍한 삶을 살아요. 어릴 때 외환위기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도 많아요.”

김 센터장은 청년 고립·은둔은 비단 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 혹은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좌절해서 고립되기도 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온 ‘고스펙자’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 속으로 다시 나가려면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누군가 어떤 계기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센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 청년들이 언젠가 용기를 내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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