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표가 불을 지핀 ‘국민소환제’에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싣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국민소환제가 헌법 개정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에 대해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여러 쟁점 사안이 존재하는 데다가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도 이어지다 보니, 여권은 ‘정적 제거용’이라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헌법 제46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 남용 및 직무 유기 등을 한 경우 소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 가겠다”며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발의된 첫 관련 법안이다.
민주당 내에서 ‘국민소환제’ 군불이 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성남시장 시절은 물론 대선 후보시절, 2022년 당 대표 출마선언 등에서 줄곧 국민소환제 도입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된 게 기폭제가 됐다. 탄핵안 부결 후 민주당이 발의한 국민소환제 법안은 정 의원 안(案)을 포함해 총 5건이다.
민주당이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명분은 확실하다. 국회의원을 선출한 유권자들이 직접 그 신임을 철회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우 ‘주민소환제’를 통한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만 ‘성역’처럼 남겨져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의민주주의의 제도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 국민소환제, 헌법과 충돌 우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번번이 논의가 불발된 데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국민소환제가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은 선출된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국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유위임원칙’을 기본으로, 의원들의 정책 결정 과정을 보호한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는 이러한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한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민소환제 법률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자유위임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소환제가 ‘우회적 신임투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헌법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7년 발간한 ‘헌법 개정 시 국민소환제 도입의 쟁점’에서 “지금과 같은 국민투표규정의 내용으로는 국민소환제와 체계 불합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소환제 도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도 따른다. 국민소환제의 주된 쟁점 중 하나는 ‘소환 사유’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이냐인데, ‘사법상 사유’인 경우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토록 한 현행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인 사유’의 경우 구체적 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다면 무분별한 정쟁으로 흘러갈 여지가 다분하다. 국민소환제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해선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작 개헌에는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해당 제도 도입이 입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민소환제 도입 군불이 ‘정략적’이라고 비판한다. 정치개혁과 관련한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에서 “거대 야당 대표가 정치개혁에 대해 국민소환제 하나 들고나오는 것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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