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급식회사 아워홈의 지분 58%는 결국 한화그룹 품에 안겼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1일 아워홈 지분 58%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히자마자 시장에서는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인수는 그대로 진행됐다. 주당 6만5000원이란 매입 가격이 무리수라는 평가에 불씨를 댕겼다. 아워홈 경쟁사들의 시가총액을 봤을 때 지나치게 비싼 값에 사 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인수를 검토하다가 발을 빼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아워홈은 수년간 극심한 주주 간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 측의 지분 매각 반대 의사가 뚜렷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일부가 경영권 갈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행보를 보이지만 재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남의 집안 싸움엔 끼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한화그룹은 아워홈 인수를 고집한 걸까. 심지어 전체 지분 중 58.6%만이라도 인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왜일까.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아워홈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a087121e-bd24-4180-bd46-542b042de24d.jpeg)
이유① “한화와 아워홈 만나면 활용법 다양”
12일 한화그룹과 컨설팅업계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한화그룹은 아워홈과 함께 시너지를 낼 방안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와 호텔앤드리조트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워홈과 함께 유통업과 외식업, 지역거점 특화산업, 특산물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화푸드테크와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푸드테크는 김동선 부사장이 점찍은 미래 성장 동력이다. 푸드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한화푸드테크로 새로 출범시켰다.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 인수, 연구개발센터 개소 등 공격적인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워홈엔 공장 9곳과 물류센터 12곳이 있다”면서 “곳곳에 테크 역랑이 따라붙었을 때의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푸드테크는 실적을 쌓고, 아워홈은 효율성이 배가 된다는 해석이다.
유통·외식업의 한계로 꼽히는 ‘내수기업’의 딱지도 아워홈을 통해 뗄 가능성도 있다. 아워홈은 2018년 한진중공업그룹의 기내식 서비스 업체 하코를 980억원에 인수했다. 아워홈은 하코를 통해 싱가포르, 일본, 튀르키예 등 10개국의 글로벌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엔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분석해 보니 해외사업을 펼치기에도 용이해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 밖에도 급식·식자재 기업인 아워홈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의지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한화호텔앤리조트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F&B 사업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식음·숙박사업 등 다른 사업부문과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아워홈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41f98aaf-cbf5-4bc7-92c6-12aa4bd468b4.jpeg)
이유② “다른 급식·식자재 업체 대안이 없다”
아워홈을 주당 6만5000원, 회사 지분 전체를 매입할 때 1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엔 인수합병 가능한 급식·식자재 회사가 희소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워홈은 식자재 유통 측면에서 제조·검수·유통·물류·재고관리·현장 오퍼레이션 등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다. 전국에 공장 9곳, 물류센터 14곳도 가지고 있다. 국내 어느 사업지에서라도 식자재 물류에 용이하다. 국내 식자재 기업 중에선 가장 인프라를 잘 갖춘 곳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급식·식자재 기업이 필요한데 대기업 계열사부터 중견·중소기업까지 매물로 나올 곳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면서 “주주 간 갈등이 심해 거래 난이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잘 정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언젠가는 시장에 나올 회사인 만큼 잘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했다. 이는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지분 100%를 인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도 58.6%라도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한화그룹 측은 법리 다툼도 이미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 법률 대리인을 제외한 굵직한 로펌에 두루 법리상 해석을 맡기면서 일을 진행해 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매각 반대 입장을 취했왔던 구지은 전 부회장이 정관에 나와 있는 우선매수권 권리나 절차상 하자를 짚으면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매매 계약을 체결한 아워홈 주주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c14dbc19-2d3d-4246-be99-3f683d87dbc7.jpeg)
이유③ 승계 시계 빨라진 한화그룹, ‘3男 계열사’의 외형 확대 필요
한화그룹 승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아워홈 인수가 필요한 이유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사업재편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추가 취득에 나서면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 구도는 고고해지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각각 금융과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분 정리 작업도 필요하다. 인적분할과 합병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한화그룹 삼형제 각각의 자금 동원력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태양광·방산 계열사와 금융 대비 유통·외식업의 외형이 작은 편”이라면서 “김동선 부사장은 어느 정도의 외형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외형을 확대해야 앞으로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는 뜻이다. 아워홈 지분 인수와 관련해서 구지은 전 부회장 측과 법리적 다툼을 이어가고, 유상증자 등으로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일단 아워홈 지분 50% 이상을 가져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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