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지만 의외로 땀과 열이 나는 ‘상열감’으로 필자를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열이 오르고 땀이 나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이러한 증상은 갱년기 즈음에 더 많이 생기지만, 폐경 후 한참이 지나도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연구에 따르면 상열감과 안면홍조 같은 갱년기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5년여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여름에는 ‘아침에 땀 때문에 화장을 못할 정도에요’ 라고 호소하고, 겨울이 되면 ‘실내에 들어오면 나만 얼굴이 훅 달아올라서 괴로워요’ 라고 한다. 이런 분들은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고 온도 변화에 민감해 지기 때문에 냉난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커지는 여름과 겨울에 더 증상이 심해지곤 한다.
증상의 심하기는 매우 광범위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감이 있는 경우도 있고, 얼굴에만 열감이 있는 경우도 있고, 등을 따라 열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때때로 수초간 열감이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심한 분들은 수 시간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열감과 함께 얼굴이 벌겋게 되는 홍조가 동반되거나, 땀이 흠뻑 나기도 한다. 열감의 부위가 넓을수록, 증상 유지시간이 길수록, 밤에 열감으로 잠을 설치거나, 땀도 함께 나서 생활하기가 힘든 경우에는 증상이 더욱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갱년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증상으로 보고 넘겨서는 안된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의학적으로 상열감은 ‘실제로 열이 많은 경우’와 ‘실제로 열이 많기보다는 열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의 경우 보통 음허(陰虛)와 스트레스로 인한 기울(氣鬱)이 그 원인이 된다. 갱년기의 허약한 몸 상태에서 여러가지 스트레스 요인이 기혈순환을 방해하여 열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는 서로 다른 신경계통이 길항을 이루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여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체온 조절도 그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 두 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데, 상열감이 대표적이다. 특히 교감신경이 항진된 경우에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데, 교감신경은 긴장되고 외부의 위협에 대처해야하는 상황에서 항진되기 쉽다. 평소 걱정이 많거나 예민한 경우 더 긴장하기 쉬워진다.
한의치료는 음허를 보충해주는 한약, 열을 내려주고 기혈순환을 돕는 침치료가 기본이 된다. 특히 안면홍조의 침치료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확인됐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자하거(태반)약침을 사용한다. 약침액으로 음허를 보충하는 동시에 침치료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배수혈 치료를 함께 한다. 척추 주위로 위치한 배수혈은 교감신경절이 위치하고 있는 혈자리이다. 배수혈에 부항과 약침치료를 통해 교감신경 주위의 긴장을 해소해서 자율신경계 균형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생활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목욕탕과 사우나를 매일 가는 분들이 있는데, 사우나는 금지이다. 대신 반신욕은 좋다. 배꼽 정도로 따뜻한 물을 받아서 15분에서 20분정도 반신욕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술,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열을 발생시키니 피해야 한다. 그리고 열을 잘 방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주 2-3회, 한번에 40-5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이 권고된다. 카페인 많은 아이스아메리카노 보다는 열 내려주는 박하(페퍼민트)차가 도움이 된다.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뜻하게’. 한의학적 원리가 들어있는 중요한 삶의 지혜이다. 발은 차가워지기 쉽고 머리는 과열되기 쉽다. 상열감은 이 균형이 깨진 것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한의치료가 꼭 필요하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는 시원하게, 정신은 맑게, 발은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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