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국회 시정연설 때 야당 의원들이 자신을 외면하고 박수 한 번 안 쳐준 것’을 꺼내 들자, 야당이 “‘박수 없는 정치’를 견딜 수 없다면, 차라리 북한으로 가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같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회에)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박수 한 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야당 의원들이) 의사당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여당 의원만 보고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 다음번에는 언론에서 비판하니까 (야당이 의사당 안에) 들어는 왔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이)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고 악수를 전부 거부하고, 심지어는 ‘빨리 사퇴하세요’ 이런 의원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에 강미정 대변인은 “그 나라(북한)에선 최고인민회의 도중 불손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혹은 행사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처형되기도 한단다. (윤 대통령은) 그게 부러우셨던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가실 때는 꼭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시고 가시라. 반대 의견 내면 입을 틀어막고, 박수 안 치면 계엄하는 국민의힘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수령님’과 함께라면, 그 어디든 천국일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은정 의원도 윤 대통령 변론기일 휴정 시간에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예산안 연설 왔을 때 야당에서 환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있는데, 환대하지 않으면 총 들고 국회에 쳐들어와서 비상계엄 해도 되나”라고 꼬집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한마디로 삐치고 빈정 상해서 총 들고 국회를 침탈했다는 뜻이다. 본인에게 박수 쳐주는 극우 세력들만 국민이었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평했다. 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날 변론기일에서 “국민들에게 군인들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 군인이 오히려 시민한테 폭행당하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흉기 든 강도가 쳐들어와 막았더니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김채운 기자 /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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