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자 같은 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46a2f13a-4778-4be5-a35e-8dd9ab982999.jpeg)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비상계엄이 ‘왜’ 선포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계엄 선포의 원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목했다. 지난 8일 동대구역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는 등 대통령을 비호하는 세력이 규합하자 당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 권성동-윤석열, 똑같은 ‘비상계엄 선포’ 논리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연설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원내대표를 맡으며 연설에서 나선 지 2년여 만이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이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까지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걱정이 얼마나 크신지,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4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겨냥해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의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70일 전만해는 여당 내부에서 전두환 정권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권 원내대표는 야권 비판을 넘어 윤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b65b5909-d2e5-43d1-ac8d-bdba5916610d.jpeg)
권 원내대표는 “12ㆍ3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면서도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 여러분,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의회주의도, 삼권분립도, 법치주의도 모두 무너뜨렸다. 국정은 작동 불능,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며 “단언컨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12‧3 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셈이다.
◇ 동대구역 집회서 “계엄 정당”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등 사법리스크로 인해 자연스럽게 정치권력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후 이런 시각은 더욱 뚜렷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서 「시사위크」와 만나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당에는 아무 해악이 없었을 것인데 대통령의 성급한 판단으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망쳤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이 이뤄지는 등 당의 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소추 의결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집행이 이뤄지자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관저 앞에 자유통일당 전광훈 목사의 주도로 보수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의 집회가 계속되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논리가 확산됐고, 이런 정치 메시지는 ‘반이재명’의 기치를 가진 보수 유권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00248bdd-ed42-4801-9f8e-1b2824475500.jpeg)
특히 지난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경찰 추산 5만 2,000여 명이 모이면서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민심이 윤 대통령 옹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집회 규모는 광화문 집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행사였는데 언론에 (축소되어) 다뤄지는 것을 보면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대구 집회에서 ‘계엄이 정당했다’, ‘계엄이 성공했어야 했다’는 극우 발언이 쏟아진 것에 대해 “저희 당이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공적인 언론이 (해당 의견이 극우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며 “계엄이 정당했다고 믿는 시민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냐. 그걸 왜 언론이 재단하냐”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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