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1시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간대였지만 학생은 물론 선생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40대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8) 양을 흉기로 살해한 다음날인 이날,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초등학교 운동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지만 굳게 잠겨 있는 정문 앞에선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국화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가운데 김 양 또래가 으레 좋아할 만한 곰돌이 인형과 하리보 젤리 등도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 ‘무섭지 않고 행복한 하늘에서 뛰어놀으렴’ 등 꾹꾹 눌러 쓴 손편지도 놓여 있었다.
김 양을 추모하러 학교를 찾은 재학생과 학부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아빠 손을 잡고 온 4학년 남학생은 교문 앞에 꽃을 두고는 이내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의 학부모 권종성(35) 씨는 “학교 측에서 가해 교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안내해주지 않고 있다”며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당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4학년 박 모 군도 “엄마한테 소식을 듣고 왔다. 속상하고 무섭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손녀를 둔 한 모(68) 씨도 “손주가 (하늘이랑) 같은 나이라 더 참담하다”며 “우리 딸이 무서워서 학교도 못 보내겠다고 한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유아교육과 학생 김나형(22) 씨는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으로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이가 하늘에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제 상황을 목격한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인근 편의점 알바생인 정다혜(25) 씨도 “학생들이 가끔 무리지어 와서 라면을 먹곤 한다”며 “피해 학생들도 그런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참담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도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다친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가, 아직 해본 것도 없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눈물바다였다. 김 양 할머니는 영정 앞에서 흐느끼다가 이내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져 오열했다. 그는 “하늘이가 생전에 참 착했다. 동생도 잘 챙기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양 친구들 등 빈소를 방문한 조문객들도 눈시울을 연신 훔치며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복도에 늘어선 조화 옆에 줄지어 묵묵히 옆을 지켰다.
|
김 양 아버지는 “하늘이에게 항상 ‘엄마 아빠와 학교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들’이라고 했는데 학교 선생이 하늘이를 죽였다”며 “항상 출근할 때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데 그게 마지막일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흐느꼈다. 이어 “제 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심신미약 교사를 치료하고 하교하는 저학년들을 책임질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약품·의료기기업체, 의사·약사에 임상시험·학술대회 등 8200억 지원했다
- 울산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 전면 차단
- 유아인에 ‘프로포폴’ 불법 처방한 의사, 2심도 벌금 1500만원
- 대전 초등생 피살에 이수정 “스트레스 휴직 교사, 복직 때 위험행동 평가받아야”
- ‘尹 방어권 보장’ 반대 인권위원 측 “헌법 질서 파괴한 안건…위원장 사퇴해야”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