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부실한 보증보험 관리로 보증사고를 유발하고, 건설사에는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치지 않고 분양보증을 집행해주는 등 관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춘천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HUG를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다. 입주예정자들은 ‘HUG 보증서’라는 보호장치를 믿고 시공사와 계약을 했으나 공사가 중단됐고, HUG의 불완전한 행정으로 300억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HUG는 법정관리에 돌입한 신동아건설의 주택보험보증을 서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HUG의 ‘탁상행정’에 대한 눈초리가 거세지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보증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HUG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공기업이다. 즉 국민들의 신뢰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공기업이라면, 보증보험 사고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전반적인 업무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공사 못췄는데 보증금도 못 돌려받아…강원도 임대아파트서 무슨 일이?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전경 (사진=네이버 로드뷰)](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4ea6f786-93d5-4f99-addb-b44317291a95.png)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해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강원도 춘천의 민간임대아파트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계약자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최근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자들의 보증금을 HUG가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아파트는 춘천 근화동 일대에 3개동 318세대 규모로 지난해 6월 준공 예정이었다. 그런데 자금난으로 공사가 지연되다가 결국 지난해 10월 시공의 부도로 공정률 77%에서 공사가 멈췄다.
그런데 입주예정자들이 사업이 취소되더라도 시행사에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HUG의 임대보증보험에 가입 돼 있는 단지다. 보증보험제도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보호장치를 만들어 놓은 제도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수분양자는 시행사 등 분양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보험금액은 수분양자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시행사에 납부하고 시행사가 이 돈을 HUG에 납부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같은 보증보험은 시행사들에게는 은행으로부터 사업비를 대출하기 위한 위한 담보가 된다.
마찬가지로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에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총 385억원을 납부했다. 이후 HUG는 385억원의 보증금액과 보증금 지정 납부 계좌가 명시된 임대보증금보증서를 2021년 2월 시행사에 발급했다.
그런데 시행사는 그중 260억원가량을 HUG 지정계좌로 입금하지 않았다. 시행사는 318가구 중 245가구의 계약금 및 1~5차 중도금, 73가구의 4~5차 중도금 등 총 260억원 가량을 공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나머지 보증금이 예치되지 않아 미납급액 385억 원 중 260억 원을 입주예정자들이 환급 받기 어렵다는 게 HUG의 설명이다.
HUG 측은 “보증서 약관에 따라 지정된 계좌가 아닌 곳으로 입금된 260억원에 대해 환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HUG 관리감독 손놓고 있었나?…3년동안 보증금 미납상황 미고지
![지난 6일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에서 HUG를 규탄하고 있는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입주예정자들 (사진=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0add975b-bd6a-4911-b317-c3bc2e28a42b.png)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예정자들은 망연자실에 빠졌다. 납부한 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아파트도 날릴 상황이 몰렸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임대보증금 보증서를 발급한 HUG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입주예정자 몰래 HUG에 보증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시행사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HUG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다.
실제 HUG는 2021년 2임대보증금보증서 발급 이후 2024년 11월 공사중단 안내문을 발표할 때까지 보증금이 HUG 지정 계좌에 정상 입금하지 않았음에도, 한 차례도 입주예정자들에게 보증금 미납상황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예정자대표회의는 임대보증금 피해 복구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6일 오전 11시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햇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임대보증금 보증서를 발급한 허그는 보증금 310억원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약 3년간 입주 예정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며 “보증보험제도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보호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허그가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 대해 밝혀져야 하고, 사각지대 없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임차인을 모집해 피해를 보게 한 시행사와 금융기관은 물론 HUG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들은 최근 법원에 HUG, 시행사, 금융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 춘천시시는 조만간 입주예정자들이 선임한 변호사와 함께만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춘천시는 “이 사태의 경우 채권·채무관계가 핵심이라 행정적 개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며 “법률 대리인을 만나 시에서 도울부분이 있는지 함께 알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멍난 보증보험…신동아건설, 법정관리 신청 직전 보증 심사 만점
![](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15bc4a26-0402-4ff2-945a-1b013d6ddfab.jpeg)
최근 HUG를 둘러싼 잡음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신동아건설이 법정 절차를 밟기 몇달 전, 이 건설사에 2613억원 규모 주택분양보증을 발급했던 사실도 표면 위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무주택 서민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부실 건설사에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분양보증을 집행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주택분양보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동아 건설은 지난해 12월 10일 인천 검단지구 AA32 공동주택 개발사업에서 2613억원 규모의 주택분양보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싿.
HUG는 해당 개발사업 분양보증 심사 당시 ▲신용평가등급 40점 만점 ▲경영안정성 5점 만점 ▲사업수행능력 10점 만점 ▲분양성 36점 ▲전체사업장 평균분양률 가점 3점 등 총 94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최근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HUG 심사에서는 악화된 재무상황에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의문이 시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신용보증기금이 제출한 ‘국내 건설사 상거래 신용능력등급(BASA) 평가 현황’을 보면 신동아건설의 신용 능력은 2023년 12월 말 5등급(보통)에서 2024년 12월 말 7등급(보통 이하)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신동아건설이 분양보증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HUG 신용등급 평가가 전년도 12월 말 결산 재무제표에 나온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HUG가 신동아건설 외에도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거나, BASA 등급이 6등급이상인 ▲금호건설(604%·5등급) ▲두산건설(338%·10등급) ▲서한건설(205%·10등급) ▲일성건설(225%·6등급) 등에도 보증보증을 발급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심사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박 의원은 “HUG가 분양보증한 사업장 가운데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거나, BASA 등급이 6등급 이하인 건설사가 다수 있는 만큼, HUG가 분양보증한 사업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HUG 올해도 국감 험로 예고…보증사고發 재정난 해결도 숙제
![](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005/image-2a5a9771-cb6d-4cbf-b783-147d5528aa65.jpeg)
이처럼 HUG는 부실건설사를 걸러내지 못해 보증사고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판여론이 커진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도 따가운 회초리가 예상된다.
지난해 국감에선 HUG가 악성임대인을 지정해 놓고 해당 악성임대인 집에 또다시 전세보증보험을 발급해 보증사고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질타가 집중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HUG의 보증사고액과 사고 건수도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보증사고액은 4조4896억 원으로 전년(4조3347억 원)보다 3.6% 늘었다. 사고 건수는 8.2% 증가했다.
이에 HUG는 현재까지도 보증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지만, 재정난에 처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HUG는 지난해에만 4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악성임대인 관리·감독에 소홀해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게 되면서 손실을 스스로 초조했다는 분석이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하루 빨리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반환 업무가 지연될 수록 서민들의 비명은 또 다시 커질 것이 자명하다.
HUG 측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로 유동성을 확보중”이라며 자본 확충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