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활기차고 기대가 넘쳐야 하지만 경기 전망은 우울하다.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상 만사형통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할 때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역발상의 기회다. 오히려 장기 투자자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다만 2~3년을 내다보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의 깊게 산업의 흐름을 살펴보고, 앞으로 다시 호황을 맞을 산업과 그 안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가려내면 성공투자가 가능하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60f666db-e834-4bdd-8faf-f5165af2305a.jpeg)
석유화학 산업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플라스틱·합성섬유·고무·비료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은 자동차·전자·건설·섬유 산업 등 여러 분야의 필수 원료로 사용되며 제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 산업은 198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하에 중화학공업이 본격적으로 육성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 2010년대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 덕분에 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악의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 환경 규제 강화,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 4사 가운데, 누가 살아남고 누가 버틸 힘이 있을까. 재무제표 상의 숫자로 알아보자.
![▲ LG화학 3년 주가 추이. /네이버금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0cc58ac5-a6e8-4f54-81eb-a12aa65333ec.png)
재무제표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조차도 공통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무적 비교는 단순히 우열을 가릴 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 더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누가 더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보통 재무제표 숫자를 전문가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재무분석 역시 단순한 ‘키재기’와 비슷하다. 같은 벽에 선을 그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는 것처럼 기업의 자산·부채·자본·매출액·이익 등을 나란히 놓으면 된다.
요즘은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재무제표 엑셀 파일까지 쉽게 내려 받을 수 있어,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만으로 비교표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 어떤 항목을 비교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계상식이 필요하겠지만, 자산·부채·자본 같은 큰 숫자만으로도 어디가 나은지 기업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주요 석유화학 4社 재무정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e99090ae-9b1d-4582-8cc3-0ce6c9a0d07b.png)
아직 2024년 최종 결산 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으니,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LG화학 4개사의 2024년 3분기 기준 재무정보로 비교표를 만들자. 위 표만으로도 LG화학이 자산(88조8000억원)과 자본(45조6000원 ) 모두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이며 압도적인 재무적 완충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부채(43조1000억원)도 상당하여, 부채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자산 8조2000억원 매출 5조3000억원 등 4개 회사 중에 규모는 가장 작지만 부채(2조2000억원)가 적어 가장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유지한다. 이는 재무 건전성 면에서 큰 강점이다. 한화솔루션은 29조4000억원 자산에 비해 부채는 19조4000억원이고, 자본은 10조원이다. 부채비율은 193%로 부채 부담이 크고, 자본 규모도 가장 적다. 재무적 리스크에 노출될 때 위험하다. 롯데케미칼은 자산(34.5조 원)과 부채(14.8조 원), 자본(19.6조 원) 모두 중간 수준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2.4. 금호석유화학 공시. /DART](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a677aed0-8205-4a25-83f4-3106aea81943.png)
이 외에 좀더 최신 정보를 얻으려면 DART 공시를 유심히 체크해야 한다. 3월 말 전년도 결산 정보가 나기 전에 각 기업은 ‘잠정실적공시’를 낸다. 기업체의 실적을 궁금해하는 이해관계자를 위한 정보공개인데 특히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의 큰 변화가 있을 때에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상 의무사항으로 즉시공시를 띄워야 한다.
![▲한화솔루션 울산1공장. /한화솔루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22a31887-9c69-4919-be7f-58f28a9359c2.jpeg)
공교롭게도 석유화학 주요 4사 모두 변경 공시를 냈는데 2024년 매출과 손익 하락을 보고하고 있다.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은 4개 회사 모두 석유화학 사업 외에 첨단소재, 2차전지, 태양광, 건설 등 다양한 신규 사업 영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LG화학은 분사시킨 2차전지 사업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숫자가 연결 기준에 따라 합쳐진 터라 석유화학만은 전체 매출액의 38% 수준이고, 2025년 목표액은 18.6조 원이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여수공장. /롯데케미칼](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44e8b438-4d5f-4a23-aa41-5f34c6271a71.jpeg)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해외 투자 확대, M&A 및 사업 다각화 등이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자된 설비와 규모가 꽤나 크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4개 회사 중 어느 회사가 치고 나가는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재무 비교와 전략적인 관찰 자세를 통한 분석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또 만약 석유화학 종목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재무 지표만이 아니라 각 기업의 주주 구성, 유통 주식 수, 거래 패턴 등을 함께 비교하길 권한다. 지금까지 재무정보 비교 분석으로 판단할 때 롯데케미칼이 가장 투자 키높이가 높은 편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이외의 분야의 비중이 더 큰 회사고, 한화솔루션은 높은 부채비율 등 신규사업의 투자여력이 크지 않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그룹](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4-0185/image-3dbc901e-8448-44e2-abfc-aa4cfec255a5.jpeg)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내는 등 선전하고 있지만, 좀 작은 규모의 4위다. 호황기가 돌아올 때 폭발력이 떨어진다. 2024년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은 금융비용만 5000억원 수준으로 10조 원의 사채 및 차입금이 부담이 된다. 하지만 버틸 힘은 충분해 보인다. 2025년 1분기까지의 대응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과 재무 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화할 텐데, 투자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는 데 있어서 핵심 숫자 비교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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