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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기 해고당한 가장의 씁쓸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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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 모습. 「쇼앤텔플레이·T2N미디어 제공」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 모습. 「쇼앤텔플레이·T2N미디어 제공」

“세일즈맨은 꿈을 꾸며 살지. 그리고 그 꿈을 파는 거야.”

세일즈맨(영업사원)으로서 자그마치 36년, 하루 예닐곱 회사를 돌며 물건을 팔고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며 살아온 ‘윌리 로먼’. 그러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윌리는 이제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다.

대공황이 찾아오며 곤두박질친 영업 실적, 운전조차 힘들어진 노쇠한 체력. 오랜 시간 몸담았던 회사는 기본급도 주지 않고, 급기야는 내근직 전환을 요구하는 윌리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잔인하리 만큼 가혹한 현실 앞에 그는 기회로 가득 찼던 과거 기억으로 도피한다.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 비평가상 등 연극계 3대 상을 모두 석권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급변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 찬란했던 한때를 지나 버린 세일즈맨 윌리 로먼과 그의 가족을 다룬다.

쓰임을 다한 부품처럼 사회에서 역할이 사라진 윌리는 어느 순간부터 환각을 보기 시작한다. 그가 마주하는 장면은 잘나가는 세일즈맨으로 수많은 계약을 성사시켰던 자신의 모습과 ‘대장’이라 부르며 출장에서 돌아온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들들,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와 같던 과거다. 그러나 미식축구 선수로 촉망받던 큰아들 ‘비프 로먼’은 서른이 넘어서도 변변치 못한 직업에 방황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둘째 ‘해피 로먼’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2인자라고 허세를 부리지만 그저 말단 직원일 뿐이다.

현실로부터 도망친 채 혼잣말을 일삼는 윌리를 이제 아들들은 더 이상 반기지 않는다. 비프와는 눈만 마주쳐도 말다툼이 일어나기 일쑤다.

게다가 젊은 시절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던 동료 찰리는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됐고, 비프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응원하던 찰리의 아들 ‘버나드’는 변호사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어 윌리의 비참함을 더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흐린 눈으로 회피하며 과거 속에 머물고 싶어도 막막한 현실이 자꾸만 윌리를 뒤덮는다. 끝내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자신이 떠남으로써 받게 될 2만 달러의 보험금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새 삶을 가져다 주길 바라며.

1949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극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현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압박, 꿈과 현실의 괴리, 취업난, 가족 간 소통 부재 등이 170분(인터미션 15분 포함)간 무겁게 밀려온다.

윌리 로먼 역에는 초연에 이어 박근형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며, 손병호가 더블 캐스팅됐다. 서로 다른 아버지상을 떠올리게 하는 두 배우로 각각 극을 관람하는 것도 흥미를 배가시킨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오는 3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 뒤 4월 5~6일 용인포은아트홀, 12~13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26~27일 경기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 간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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