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 본관 ⓒ미디어오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179/image-051b1e63-c980-4b44-8819-a4b9cbe0d92b.jpeg)
KBS가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계약직 노동자를 뽑기 위해 내놓은 채용공고가 논란을 빚고 있다. KBS는 5개월 한시계약자에게 수습기간을 두는 한편 촬영 유경험자를 조건으로 걸고, 촬영감독과 시청자위원회 운영, 각종 문화사업과 부대사업을 업무로 제시하면서 급여 조건은 고지하지 않았다.
KBS는 지난 3~9일 강릉방송국 프로그램 촬영과 문화사업 분야의 한시계약직 채용공고를 진행했다. 공고에 따르면 채용인원은 1명, 계약기간은 2월17일부터 7월15일까지 5개월이다.
![▲KBS가 지난 9일까지 진행한 강릉방송국 육아휴직 대체자 채용공고.](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179/image-4452c033-9ee3-414d-b4c8-af2b02a7c4bd.jpeg)
공고가 내건 조건과 직무가 눈에 띈다. KBS는 해당 계약직에 수습기간을 1개월 적용하고, 신체검사 등 공사 근무에 따른 각종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지원자는 현장 촬영감독 업무와 시청자위원회 운영과 같은 행정사무, 각종 문화사업과 부대사업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 반면 급여는 명시하지 않았다. 연봉액은 공사 내규에 따르고 합격자에 한해 구체적으로 안내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단기고용하는 한시직에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는 직무를 모두 시킨다는 공고에 언론계에서도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KBS에서 근무하는 한 방송비정규직 노동자는 10일 미디어오늘에 “이게 현실인지 묻고 싶다. 어떤 만물박사가 여기에 지원했을까”라며 “이곳 방송사들은 참 성찰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프로그램 제작 분야의 불황이 심각해 구직난을 겪는 제작스태프가 울며 겨자먹기로 채용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은 해당 채용조건을 놓고 “법 위반 소지는 없으나 ‘상도덕’ 문제로 보인다”라며 “최저임금법은 1년 이상 계약직 채용에 한해 수습기간을 3개월까지 두면서 최저임금의 90%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5개월 단기계약직에 수습기간을 두는 것이 이 법취지에 맞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전임자가 공고와 같이 성격이 서로 다른 여러 업무를 실제 수행했다면 황당한 일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더욱 황당한 경우”라고 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도 “공고 내용이 법령상 문제는 없겠으나, 서로 연관성이 없는 세 가지 업무를 지시하는 것을 보면 지역방송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대변하는 공고라는 생각이 든다”며 “CJB청주방송에서 일한 고 이재학 PD 역시 비정규직·프리랜서로 방송 기획과 촬영과 연출에 더해 사업계획서, 예산서, 보조금 입찰 서류 작성까지 수행했다”고 했다.
KBS는 이날 “공사는 이번 채용 공고 절차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공사 내 ‘육아휴직 대체인력 운영기준’에 근거해 진행했다”며 “채용 절차는 내부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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