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웰푸드 인도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2004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롯데웰푸드는 이번 현지에 빙과 신공장 가동에 이어, 하반기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이 인도 시장을 직접 챙긴 이유는 소비 위축으로 국내 사업이 정체된 가운데, 인도 법인의 성과가 두드러져서다. 인도는 인구 14억명의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제과 시장 규모가 국내의 4배가 넘는 17조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웰푸드 인도 매출은 2900억원 수준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과 업계뿐만 아니다. 인도는 중미 관세전쟁의 수혜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유통 업체의 생산처이자, 소비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4%를 기록했다. 글로벌 평균 성장세가 3%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일(현지 시각) 인도 중서부 푸네시에서 열린 롯데웰푸드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d7aefb59-e336-4eab-a9fd-9eb27daf18ee.jpeg)
◇ 중산층 인구 급증해 럭셔리·패션 新시장 부상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중산층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어 럭셔리 및 패션 소비 시장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의 중산층 수는 4억3000만명으로, 미국과 서유럽 중산층을 합친 수보다 많다. 또 자산 3000만달러(약 400억원) 이상을 가진 초고액 자산가 수는 2023년 1만3000명에서 2028년 2만명으로 전망된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층이 많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 인구의 중위 연령은 27.9세로 젊고, 인구 절반이 30세 미만이다.
인도 경제수도로 불리는 뭄바이 중심지에는 명품 브랜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2023년 문을 연 럭셔리 쇼핑몰 지오 월드 플라자에는 루이비통, 구찌, 디올, 까르띠에 등 66개의 글로벌 명품이 입점했다.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도 뭄바이와 델리에 백화점을 열 예정이다.
![인도 뭄바이 첫 럭셔리 쇼핑몰인 지오 월드 플라자 전경. /지오 월드 플라자 인스타그램](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0156e219-6347-4a7f-a66b-eb847cd48d39.jpeg)
명품 및 패션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의 귀금속 브랜드 불가리는 인도 내 매장 수를 현재 6개 도시 12개에서 12개 이상 도시에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 종합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은 인도 내 매장 수를 110개에서 190개로 늘리고, 향후 5년간 인도 시장에 1억1100만달러(약 1613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인도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 수가 2023년 4개에서 2025년 24개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올해 인도의 비(非) 럭셔리 판매 증가율을 전년 대비 12~17%, 럭셔리 판매 증가율을 15~20%로 내다봤다.
◇ 국내 업체들도 인도 진출 속도
국내 업체들도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의류업체 영원무역은 인도를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엘살바도르에 이은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1억2000만달러(약 1750억원)를 들여 인도 텔랑가나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LF의 헤지스도 올해 중동과 함께 인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헤지스는 올해 연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아시아 진출 권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류 붐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마카롱’은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등 380여개 케이(K)뷰티 브랜드와 1만8000여개 상품을 인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마카롱 운영사 블리몽키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구찌의 앰버서더(홍보대사)인 인도 배우 알리아 바트(왼쪽)과 루이비통 앰버서더인 인도 배우 디피카 파두콘. /각 브랜드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10045bd5-55f8-47b6-bbcb-220bba793247.jpeg)
◇ 미비한 유통 인프라·강한 규제는 걸림돌
다만 유통 인프라가 미비하고 규제가 강하다는 사실은 인도 진출의 장애물로 지목된다. 인도에선 외국 지분이 51% 이상인 글로벌 기업의 경우 제품에 사용되는 재료의 3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에 해외 기업들은 현지 회사와 합작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롯데웰푸드는 현지 제과업체 패리스를 인수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현지 그룹과 합작으로 인도에 진출, 매장 수를 현재 450여개에서 2028년까지 1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도 인도 기업 아디타 비를라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강영훈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인도에서도 한국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듯,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온라인 유통 업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랄프로렌, H&M, 망고 등이 인도 최대 패션 플랫폼 ‘민트라(Myntra)’를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민트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6000만명에 달하며, 주 이용자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다.
댓글0